박삼구 회장
박삼구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금호기업과 합병한 것이나 금호타이어 물류협력업체를 그룹에 편입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2010년 계열사 워크아웃(채권단 관리)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겨줬다. 작년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아온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재편 통해 ‘인수 여력 확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그룹의 지주회사 성격인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또 지난 4일 금호기업은 금호터미널과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과 대규모 적자 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자체사업이 없는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뒤 합병함에 따라 터미널의 알짜 사업과 보유 현금 2700억원을 가져오는 ‘1석2조’ 효과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호터미널에는 내부 현금이 2700억원가량 있다. 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을 비롯해 목포, 순천, 여수, 해남, 전주, 대구, 공주터미널 등 알짜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들 터미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입점한 데다 도심의 교통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별도로 매각하면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게 금호석유화학의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지분율 12.6%)인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금호터미널 매각이 ‘헐값 매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삼구, 그룹 재건 '화룡점정' 금호타이어 인수 채비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박 회장은 상당한 자금 여력을 갖게 된다. 금호기업은 탄탄한 사업체를 가지면서 배당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호기업은 박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71.6%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 회사다. 금호기업은 앞으로 브랜드 사용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합병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자금줄을 금호기업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금호문화재단 내 금호타이어 물류협력업체인 ‘티엘’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편입됐다. 이 작업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해외 매각도 가능…중국 관심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달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매각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이 예상하는 매각 가격은 7000억원에서 1조원대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3자 지정 권한이 없다.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제3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순수한 개인 자격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한다. 박 회장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도 한계다. 작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린 3500억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NH투자증권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동종업계와 국내 사모펀드(PEF)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에선 재계 인맥이 넓은 박 회장의 영향으로 선뜻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2월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당시 신세계가 박 회장의 만류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IB업계는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외에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가 내수 공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해외 유출될 고유 기술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일본 요코하마타이어의 인수전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박 회장은 2013년 요코하마타이어의 투자 유치를 받기로 했다가 채권단이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