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가 5월 한달간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정착을 위해 종량제 봉투 실명제를 시범 운용키로했다. 종량제 봉투에 사업자는 업소명과 주소, 개인주택은 주소, 아파트는 아파트 이름과 동·호수를 기재하는 방식이다. 영통구청은 공문에서 ‘생활쓰레기 혼합배출로 인해 자원의 재활용률이 떨어지고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 확대와 쓰레기 감량에 대한 효율적인 대안을 위해’ 실명제를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는 사생활 노출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어 적잖아 진통이 예상된다. 쓰레기 봉투 실명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영통구는 실명제를 도입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일이 줄고, 분리수거가 활성화돼 전체 쓰레기 양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주소를 쓰게 하는 것은 자기가 버린 쓰레기에 책임감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수원시 최태규 청소팀장은 쓰레기봉투 실명제는 탄소가스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정책의 하나라고도 밝혔다. 그는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재활용품이 섞인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량으로 환경오염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영통구는 먼저 쓰레기봉투 실명제를 실시한 강원도 평창군의 성공사례를 인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부터 이를 시작한 평창군은 하루 평균 7~8t의 쓰레기 배출량이 줄었고 남은 음식물을 먹기 위해 고양이가 봉투를 뜯는 등의 사례도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이순덕 평창군 청소행정계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명제 도입 이후 쓰레기 발생량이 줄고 있고 쓰레기 처리 예산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평창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쓰레기 봉투 실명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면 선진국형 친환경 생활문화를 더 일찍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통구 측은 주민 반발이 적지 않자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정직하게 분리해 올바른 쓰레기 배출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며 “확실하게 배출하자는 것을 유도 할 뿐이지 이걸 갖고 과태료 부과나 봉투를 일일이 열어서 확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 반대

영통구 주민으로 보이는 한 주민은 포털사이트에 “쓰레기만 봐도 가족 구성원을 알 수 있고 여성 혼자 사는 집인지 판단이 가능하다”며 “개인쓰레기에 상세주소를 붙여 낸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 악용 가능성이 걱정되고 개인정보 유출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쓰레기에 주소를 거짓으로 쓸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로 인한 이웃과의 분쟁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쓰레기 줄이기 홍보와 주민공모를 통한 쓰레기 감량 방안 찾기 등에 나설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통구 한 주민은 “안내 유인물 보고 황당했다. 주변사람들도 다들 의아해 한다. 아이들 가방 검사하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는 국민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범죄로 내모는 형국이다.주소가 적힌 종이도 찢어서 버리라고 홍보해야 할 판에 오히려 쓰레기봉투에 주소를 다 쓰라는 것은 내 개인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자원 재활용률과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도 않은데 이런 식의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쓰레기 재활용률은 61%로 독일, 오스트리아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개인의 자유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침해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