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외인주택, 10층 안팎 고급단지로 바뀐다
서울 강북 인기 주거지역인 용산구 한남동 내 대형 개발사업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땅값만 6000억원이 넘는 한남동 외인(外人)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부지 인수업체 선정과 함께 본궤도에 오른다. 한남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등 기존 노후주택 재개발 사업도 차별화된 권역별 디자인을 가미한 저밀도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인근 용산 미군기지가 내년 말 경기 평택시로 이전하고 그 부지를 초대형 공원과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한남 외인주택, 10층 안팎 고급단지로 바뀐다
◆‘도심 속 미국’ 고급 아파트 변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3~4일 이틀간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와 건축물에 대한 공개 매각을 진행해 6242억원의 입찰가를 써낸 대신F&I를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대신F&I는 대신증권 계열의 부실채권 투자 전문업체다.

이번 입찰은 한강진역(지하철 6호선)과 순천향대병원 사이 6만667㎡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10개 동(512가구)과 토지 30필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최저 입찰가가 6131억원에 달했다. 낙찰자는 계약일인 오는 10일까지 입찰가격의 10%를 계약금으로 내야 한다.

이곳은 인근 남산1호터널을 지나 도심까지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데다 한남대교를 건너면 강남권으로 갈 수 있어 강북권의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으로 분류된다.

이 외인아파트는 인근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과 군무원, 그 가족을 위해 1980년대 초반 조성됐다. 단지 안에 상가와 수영장까지 마련돼 한때 ‘서울 도심 속 작은 미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결정된 뒤 입주민들의 이주가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지난해 11월 모두 이주했다.

건설업계에선 이곳 외인아파트 부지에 인근 ‘한남더힐’ 수준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남더힐은 지난해 국내 최고가로 거래된 공동주택 단지다. 부지가 고도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만큼 10층 내외의 중층으로 특색 있는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건축물 높이 제한에 따라 외인아파트 부지의 53%가량에는 높이 18m(약 6층 높이) 이하 건축물만 지을 수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부지 매입에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 아파트와 차별되는 고급 아파트를 지어야 사업성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심의 단계 문턱에서 1년 가까이 사업이 멈춘 한남뉴타운3구역도 재개발 사업 시동이 다시 걸렸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한남3구역조합이 제출한 건축심의안을 무기한 보류했다. 한강과 남산 경관을 보전하고 한강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남뉴타운 전체에 대한 재정비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는 최근 한남3구역을 7개 블록으로 나눠 서울시가 임명하는 공공건축가에게 건축 설계를 맡긴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3구역 재건축 사업에 적용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바닥면적의 합) 230%와 가구 수(5696가구) 기준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시의 구체적인 개발 방향이 제시됨에 따라 정체한 사업도 재개될 방침이다.

◆인근에 여의도 크기 공원 조성

용산미군기지가 내년 말께 경기 평택시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 대형 공원이 들어서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한남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용산미군기지 부지에 여덟 곳의 박물관·문화시설이 들어서는 복합문화공원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울 여의도(290만여㎡) 규모의 부지를 숲과 연못 등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으로 꾸민 뒤 공원 곳곳을 어린이아트센터(연면적 1만7500여㎡), 국립과학문화관(연면적 3만3300여㎡)으로 채울 계획이다.

용산역(지하철 1호선)부터 용산미군기지 부지까지 이어지는 구간도 산책로로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용산역 인근에서 하고 있는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정비사업’을 통해 얻은 공공기여(기부채납)분을 바탕으로 주변에 1만7615㎡ 규모의 문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