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가속 페달'…"자율주행차 내년 상용화"
2012년 9월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겸 알파벳(구글 지주사) 사장은 “5년 이내에 일반 대중이 탈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3일(현지시간) 구글과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2017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구글의 목표가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미니밴(사진)을 개조해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제작·시험하겠다는 양사의 협력 방안은 언뜻 소박해 보인다”면서도 “구글이 자체 생산 공장을 세울 뜻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양사가 새로운 모델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양산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완성차업계 “구글 천하 막아라”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가진 구글과 세계 7위의 완성차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손을 잡은 만큼 자동차업체와 정보기술(IT)업체 간 ‘합종연횡’이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구글은 자동차업계에 두려운 존재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자동차 핵심기술을 연구하게 내버려두면 스마트폰 하드웨어업체처럼 자동차업체도 구글에 종속돼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깡통 자동차’만 제공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구글 천하’에 대응하려는 자동차업계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텍사스에 도요타커넥티드란 합작사를 세웠다. 기존 자동차에서 수집한 주행정보를 분석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활용하자는 포석이다. MS는 볼보와 르노, 닛산과도 협력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GM은 지난 1월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자율주행차를 무인택시처럼 만들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악천후와 긴급상황 대응은 난관

미국 네바다주에선 2012년부터 시험용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다. 빨간색 배경에 무한대(∞) 기호가 붙은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이 시험용 자율주행차다.

구글은 당장 내년에라도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구글 직원을 대상으로 무인택시 서비스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월 구글의 시험용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장애물을 피해 차선 변경을 하다 양보하지 않는 시내버스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는 등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불완전함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몇몇 도시에선 수년 내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보급되기까진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폭우와 눈, 안개 등 거친 날씨 속에서 자율주행차의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차 개발팀 수석기술자는 “사람도 악천후 속에선 운전하기 힘들다”며 “컴퓨터도 주행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작년 12월 자율주행차 규제 초안을 발표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 있도록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컴퓨터에 운전을 맡겨놓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거나 잠을 자던 사람이 갑자기 운전대를 돌려받는다고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엄슨 수석기술자는 “자율주행차는 0 아니면 1”이라며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어중간한 자율주행차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