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 사진=삼성전자 제공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 사진=삼성전자 제공
[ 박희진 기자 ] "한 회사를 제외하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곳은 없다."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사진)이 '퀀텀닷과 OLED' 신경전에 다시 불을 지폈다.

김 사장은 지난 3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내 센트럴 파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계는 아직 OLED 기술에 확신을 못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회사'는 예외라고 밝혔다. OLED 기술을 둘러싼 풀지 못한 숙제가 많은 가운데 한 회사만 대형 OLED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이 언급한 회사는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와 OLED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의 OLED 사업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김 사장은 "OLED가 소형 패널 시장에선 중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대형 패널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으로 믿었던 OLED 기술의 품질, 비용 문제점이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판단했다.

OLED 패널은 유기물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소나 수분에 취약하고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다. TV용 대형 OLED 패널의 경우는 아직 수율(생산 효율)이 낮고 LCD 패널 대비 가격이 비싸다.

앞서 삼성전자가 2013년 처음 55인치 OLED TV를 출시한 이후 생산을 중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후 3년동안 OLED 기술의 문제점은 소폭 개선되는 수준에 그쳤을 뿐 대형화 단계로 넘어가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OLED 기술이 중대형 TV 양산엔 아직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현시점에선 OLED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퀀텀닷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퀀텀닷은 전류를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결정이다. 이를 필름과 같은 형태로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만들면 퀀텀닷 TV가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 이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를 출시했다.

올해는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 신제품을 선보였다. 2세대 퀀텀닷 기술은 소재의 효율이 향상돼 1세대 기술보다 적은 전력으로도 더 밝은 색상을 구현한다.

다만 OLED 패널의 대형화 가능성도 일정 부분 열어놨다. 예를 들면 OLED 증착공정이 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용액공정으로 바뀌어 원가가 절감될 경우 패널의 대형화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OLED 공정에 필요한 증착 장비는 가격이 비싸 패널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소형 OLED 패널 개발에 집중하면서 OLED 패널의 대형화를 연구 과제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OLED를 완전히 안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 OLED라고 말하긴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