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배추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값이 뛰었고 양파 무 마늘 등도 40~70%씩 올랐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다. 저유가로 전체 물가상승률은 1%에 간신히 턱걸이했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한 ‘밥상 물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수상한 '식탁 물가'
○한파 영향 아직까지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6% 상승했다. 3개월 연속 9%대 고공행진이다.

채소류가 19.4%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배추 가격은 1년 전보다 118.3% 올랐다. 양파와 무값은 각각 70.3%, 66.3% 뛰었다. 마늘(47.0%) 파(42.3%)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 1월 예상치 못한 폭설과 한파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진 것이 채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일반 마트에서 구입하는 가격을 보면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다. 서울 시내 롯데마트에선 500~600g짜리 배추 한 포기가 3300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가격은 2000원에 불과했다. 1년 새 65% 오른 것이다. 이마트도 비슷하다. 지난해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980원이었지만 지금은 2980원으로 올랐다.

배추값이 폭등한 이유는 겨울 배추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배추 생산량은 25만t으로 전년(35만8000t) 대비 30.2% 감소했다. 지난해 생산해 저장해 둔 배추 출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난달 초 4100원이던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지난달 21일 4751원까지 뛰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통 겨울 배추는 제주도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았던 탓에 올해 배추 출하 물량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가격 안정될 듯

정부는 이달 안에 채소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추 무 마늘 양파 등 주요 채소의 올해 생산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때문이다. 배추와 양파값은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4월 셋째주 배추 포기당 가격이 4748원이었고 양파는 ㎏당 2530원이었는데 지난 2일엔 각각 4024원, 1962원으로 내렸다”며 “이달에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등에서 재배한 배추가 풀리고 있고, 이달에 노지 재배 배추까지 나오면 가격이 평년 수준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이달 10~15일이면 하우스에서 재배한 무가 출하되기 시작한다”며 “마늘도 이달 하순 햇마늘이 시장에 풀리는 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을 때까지 관련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 과장은 “값이 많이 오른 일부 채소류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계약재배물량을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고은빛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