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그래픽 칩 전문업체 엔비디아와의 소송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3일 삼성전자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취하했다. 엔비디아는 2014년 9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4와 S5 등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자사 기술이 도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맞서 같은 해 11월 엔비디아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낸 삼성전자도 소를 취하했다.

두 회사의 소송 취하는 2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몇 시간 남겨두고 이뤄졌다. ITC는 지난해 12월 예비판결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이 삼성의 특허권 3개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ITC 전원 합의부에서도 예비판결 결과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 칩이 사용된 전자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엔비디아는 소송 취하 직후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와 특허 사용을 허가하는 크로스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웹사이트를 통해 “공정한 합의로 이번 분쟁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과 PC시장이 지난해부터 침체하면서 두 회사가 소송을 통해 서로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쌍방에 대해 낸 특허침해 소송 20여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