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석 행남자기 신임 대표(59)는 최근 중국 남서부 도시 충칭을 자주 찾았다. 충칭에 1322만㎡(약 400만평) 규모 ‘차오톈먼 쇼핑물류센터’가 들어서는데 이곳에 한국관이 생길 예정이다. 윤 대표는 충칭시와 한국관 운영 사업권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관을 계기로 중국 관련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도자기업계는 행남자기의 이런 행보를 ‘사실상 도자기 사업을 접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행남자기는 1942년 전남 목포에서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도자기 제조업체다. 4세 경영을 해오던 행남자기는 지난해 말 매각된 뒤 대표가 두 차례 바뀌었고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행남자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쇼핑몰 사업 등 중국에 올인하는 행남자기
◆쇼핑몰·화장품·김…中사업 강화

지난달 취임한 윤 대표는 2일 “행남자기를 ‘중국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수익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차오톈먼 쇼핑물류센터에 들어서는 23만㎡ 규모 한국관의 10년간 운영 및 상품 구성 권한을 따냈다”며 “9월 쇼핑몰 개장에 맞춰 쇼핑 먹거리 문화 한류관 등 관련 국내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행남자기 식품사업부에서 하고 있는 식탁용 맛김 사업은 강화한다. 목포의 김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얼마 전엔 미백 주름 등 기능성 화장품과 마스크팩 생산도 시작했다. 윤 대표는 “모두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며 “행남이라는 오래된 브랜드가 받쳐주고 중국 전문가들을 영입했기 때문에 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4년간 해온 도자기 사업엔 대폭 손을 댄다. 윤 대표는 “도자기업체들은 매장에서 값비싼 신혼부부용 홈세트와 예단용 반상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데 우리는 캐릭터 머그잔, 1인용 식기 등 저렴한 단품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과 면세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위주로 유통체계를 재편할 예정이다.

◆흔들리는 토종 도자기 기업들

고(故) 김창훈 회장이 설립한 행남자기는 국내에서 식기류 생산을 처음 시작하며 산업을 이끈 토종기업이다. 1986년 3세 김용주 회장이 대표에 올랐고, 2012년 김 회장의 아들 김유석 사장이 물려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2011년 53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14억원으로 줄었다. 4세 경영인 김유석 사장은 지난해 11월 인터넷방송 운영업체 등에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주인이 바뀐 행남자기는 요동쳤다. 신임 윤 대표는 제주 더호텔의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도자기업계에선 ‘초면’이다. 행남자기는 신사업 발표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4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행남자기가 ‘본업’보다 중국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어서 국내 도자기업계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 회사들은 고가품 시장에서는 해외 브랜드에 밀리고, 저가품에선 중국산 인도네시아산 등에 치이고 있다. 결혼과 식생활 문화가 바뀌었지만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도자기 시장은 3000억원 규모지만 외국산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