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총부채는 28조4000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이 18조원, 한진해운 5조6000억원, 현대상선이 4조8000억원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 되면 두 해운사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정부와 채권단은 밝혔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전문성 없는 오너와 경영진이 위기를 자초하며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남겼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진의 무능과 정치권 눈치 보기에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 및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 관행이 겹친 결과라는 진단이 많다. 예고된 재앙이라는 지적이다.
조선·해운 28조 부실 폭탄…'비전문가 경영'이 부른 대재앙
준비 안 된 오너에 비전문가 CEO

한진해운 경영 부실은 최은영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과 김영민 전 사장의 잘못된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을 위기로 몰고 있는 용선료 문제는 2009년부터 불거졌다. 김 전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부터다. 김 전 사장은 씨티은행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뱅커 출신으로, 2004년 한진해운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2009년 사장에 올랐다. 다른 해운사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화물이 증가하자 한진해운이 직접 운영하는 배뿐 아니라 용선을 크게 늘렸다”며 “이는 김 사장이 해운 전문가가 아니어서 비롯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최 전 회장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이전까지 내조에만 전념하던 그는 2006년 남편 조수호 회장이 작고한 뒤인 2007년 회사 경영에 본격 나섰다. 최 전 회장은 김 전 사장 재직 시절 실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2012년 그를 CEO로 재선임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이후 한진그룹에 인수됐다. 한진그룹은 2014년부터 대한항공 등의 자금 1조원가량을 투입했지만 회생시키는 데 실패했다.

잦은 CEO 교체가 부른 화(禍)

현대상선의 위기 배경에는 경영 실적에 대한 조급증과 잦은 CEO 교체가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현정은 회장은 해운업황이 나빠진 2011년부터 5년간 네 번이나 현대상선 CEO를 교체했다. 재임 기간이 1년여에 불과하다 보니 CEO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화물이 늘면 신규 선박 발주와 용선의 비중을 적절히 고려해야 하지만 현대상선은 용선 위주로만 운영했다.

해운업황이 좋아져 운임이 올라가면 용선 위주의 경영이 큰 성과를 내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큰 손실로 이어진다. 용선의 기간이 대부분 10년 이상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고비용 장기 용선 관련 손실로 2011년부터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 안팎에선 “현 회장이 내부의 해운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지 않고 외부 측근 인사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였다”며 “최종 책임은 준비되지 않은 오너가 져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체적 관리부실’ 국책은행

대우조선 부실 책임은 정치권 눈치 보기에 능한 경영진과 함께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 및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내고도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우조선 자문·고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특별한 실적 없이 억대의 연봉과 고급 차량,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받은 인원은 60명에 달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원 출신은 물론 해군 장성, 국가정보원 출신도 여럿 있었다.

내부 출신 CEO들이 연임에만 급급해 대우조선의 체질을 장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것도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재임 시절 이른바 ‘저가 수주’를 묵인하거나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고 전 사장을 저가 수주 등의 혐의로 형사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안대규/도병욱/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