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일 오후 4시31분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해외 선주사에 지급하는 용선료(선박 임차료)를 30%가량 내리고 국내 금융권과 개인 회사채 투자자에게 진 빚의 50%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마켓인사이트] 현대상선 "용선료 30% 낮춰달라"
현대상선은 이 같은 내용의 채무자 유형별 손실 분담 방안 및 회사 재무구조 개선 전망을 담은 채무조정 협상안을 해외 선주사 22곳에 2일 제시한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의 핵심인 선주, 개인 사채권자, 채권단 간 구체적인 손실 분담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상선은 이 같은 채무조정을 통해 1조4000억원 안팎의 빚을 줄이고 연간 용선료 2000억원을 절감하면 2018년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상선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따르면 해외 선주들에게 내는 용선료는 총 30%를 인하한다. 이 중 15%포인트는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15%포인트는 용선료를 깎되, 앞으로 영업이익 일부를 공유하거나 용선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선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국내 금융회사와 개인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진 빚은 50%가량 출자전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나머지 50%의 채권은 일정 기간 상환을 미룬 뒤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전체 부채 4조4000억원 중 최소 1조4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금리를 연 7%만 가정해도 연간 1000억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박금융 채무는 이미 설정된 담보권 때문에 일부만 상환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대상선은 채무조정안이 타결되면 작년 말 기준 1565%인 부채비율이 40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15일까지 전체 22개 해외 선주가 손실 분담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는 의지를 해외 선주들에게 통보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4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개시가 결정되는 대로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은 현대상선 협상을 대리하고 있는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가 맡을 예정이다.

좌동욱/김태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