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생산의 핵심 설비인 킬른(소성로).
시멘트 생산의 핵심 설비인 킬른(소성로).
시멘트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불과 2년 새 상위 기업 중 세 곳의 주인이 바뀌었다. 특히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모펀드(PEF)들이 속속 시멘트업계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승리한 PEF 한앤컴퍼니는 최종 인수 금액을 8837억원으로 확정했다. 대한시멘트와 한남시멘트 등 시멘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한앤컴퍼니는 국내시장의 20% 정도를 점유하는 쌍용양회를 품에 안고 시멘트업계를 주도하게 됐다.

또 다른 PEF인 글랜우드PE가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시멘트업계가 사모펀드 소유 기업과 기존 오너 기업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가 된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을 ‘50년 시멘트업계 역사상 유례없는 격변기’로 부르고 있다. 이선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멘트산업의 가장 큰 매력을 ‘현금 창출력’으로 평가했다.

그는 “1997년 이후 시멘트업체들은 항상 초과 생산능력을 유지해왔다”며 “대규모 설비투자는 이미 17년 전에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부담은 거의 없고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현금 흐름 자체는 장부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

업황도 괜찮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 착공이 2016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5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51만5886가구로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다.

판매 단가도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킬른(소성로)을 구동하는 유연탄 가격은 2015년 초 t당 64달러에서 올해 2월 48달러로 하락했다.

지난 2년간 수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멘트업계는 올해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시멘트가 조만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시멘트는 매출 7위지만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상위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현대시멘트를 누가 인수하든 단숨에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