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산업용 로봇회사 일본 화낙의 주가가 지난 28일 하루에만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 회사는 높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난 6년 동안 연간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기록한 알짜기업이다. 하지만 27일 장 마감 후 나온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결산 실적과 2016회계연도 회사 전망치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경상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전년 대비 26.5% 감소했고, 올해는 거기서 또 반 토막(-50.7%)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시장인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부진하고 2월 이후 엔화 가치까지 치솟고 있어서다. 일본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휘청이는 아베노믹스…일본 기업 1분기 '실적 쇼크'
○일본 상장사 두 분기 연속 이익 감소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244개 상장사의 1~3월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28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3월 결산 상장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업의 경상이익 증가율은 2015년 1~3월(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10~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로 전환했다. 두 분기 연속 전년 같은 기간보다 경상이익이 줄었다.

실적이 크게 나빠진 기업은 자원개발을 주도해온 종합상사와 중국 등 신흥국 관련 업체들이다. 종합상사 등 자원개발 관련 기업은 이번 결산 때 총 3조엔가량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은 사상 처음 적자를 냈고, 일본 정유업계 1위인 JX홀딩스 스미토모금속광산 등도 큰 손실을 입었다.

일본유센 등 해운 3사는 일제히 4분기 경상이익이 감소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석탄, 철광석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시황이 악화된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컨테이너선 운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일본제철주금, 건설장비업체인 고마쓰 등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흥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약세로 2015회계연도 전체로도 4년 만에 이익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엔고 여파로 수출 채산성 악화

지난 2월 이후부터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화 가치까지 들썩이고 있다. 2015회계연도 평균 엔화가치는 달러당 120엔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엔화가치는 1년6개월 만에 최고인 107엔대까지 치솟았다.

화낙은 사업계획상 2016회계연도 예상 환율을 달러당 105엔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0%를 넘는 수출기업이다. 엔고(高)로 인해 채산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

엔화 강세 영향으로 자동차업체인 마쓰다도 5년 만에 경상이익이 전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요타는 올 실적 전망을 내놓기 전이지만 엔화 강세 전환에 따른 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는 엔화가치가 1엔 상승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400억엔 줄어든다. 고마쓰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산업용 로봇회사인 야스카와전기도 올 경상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이번주 실적 결산 때 발표했다.

아베 정부는 대규모 양적 완화를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를 통해 3년 가까이 엔저를 유도해왔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올려 일본 경기 회복을 이끈다는 구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기업뿐 아니라 아베노믹스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