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7일 경기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27일 경기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달라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데 이어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등 차기 지도부 구성까지 속전속결로 마쳤다. 아직 지도부 선출 방식조차 정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나 새누리당과 대비된다. 20대 국회는 더민주(123석)와 새누리당(122석)이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 안건을 처리할 수 없는 구도다. 중도개혁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은 안건에 따라 짝을 바꿔가며 몸값을 높일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올 2월2일 창당한 국민의당이 두 달 만에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켰지만 복잡한 계파 구도와 기존 야당과 큰 차이가 없는 정책 등 제3당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계 18명 '최다'…중도노선 표방했지만 경제는 '진보 색깔'
(1) 계파 구도는
천정배·박지원 등 호남계, 안철수계와 '양대 산맥'


여러 세력이 뭉치다 보니 계파 구도는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못지않게 복잡하다. 당의 정체성, 야권 통합 등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연말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 국면에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국민의당 계파는 크게 ‘안철수계’와 ‘호남계’로 나뉜다. 안철수계는 이번 총선을 통해 김성식 신임 정책위 의장과 이태규·박선숙 당선자(비례대표) 등 18명이 국회에 입성해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했다. 김한길계 혹은 천정배계로 분류돼 온 권은희 당선자는 ‘신(新) 안철수계’에 속한다.

호남계는 의원 숫자로는 안철수계와 비슷한 규모지만 ‘천정배계’ ‘김한길계’ ‘박지원계’ 등으로 갈라져 있다. 천정배계는 4선 조배숙 당선자와 박주현 장정숙 당선자(비례대표) 등이 꼽힌다. 김한길계는 김관영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장병완 주승용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동교동과 옛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지원계는 박준영 황주홍 윤영일 최경환 당선자 등이 해당된다. 중도파로는 박주선 유성엽 의원 등이 있고 김동철 당선자는 손학규계다.

(2) 핵심 정책은 뭔가
안보는 보수…경제정책은 '親벤처 反재벌' 내세워


국민의당은 강령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양날개로 민생정치를 추구한다”고 적시했다. 이른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중도개혁 노선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책이 더민주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 강령을 보면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 등을 계승하는 대북 포용정책을 표방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유에 강력 반대하고, 한·미연합 전력을 기반으로 한·미동맹을 탄탄히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제정책은 ‘친(親)벤처, 반(反)재벌’에 가깝다. 국민의당은 정책집에서 “재벌·대기업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고 장기 균형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소유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불공정행위의 민·형사책임 강화 등을 내걸었다.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과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20대 국회에 제출할 1호 법안도 공정거래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공정성장법’으로 정했다. 또 비정규직 채용은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시행도 못 박았다. 기초연금, 최저임금, 실업급여 등을 높이고 유치원과 초·중등 과정의 실질적인 무상교육도 강조했다.

한편 주승용 장병완 의원은 중도 우파, 천정배 의원과 채이배 당선자는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등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 폭도 넓다.
안철수계 18명 '최다'…중도노선 표방했지만 경제는 '진보 색깔'
(3) 누가 이끄나
安-千 투톱체제 유지에 원내지도부 '속전속결' 구성


국민의당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의 ‘투톱’ 체제다. 당의 간판이자 창업주 격인 안 대표는 총선 선거 기간에 자신의 지역구(서울 노원병)보다는 전국 곳곳을 돌며 후보를 지원해 ‘녹색 바람’을 주도했다. 대선주자 지지율도 상승세를 탔다. 호남권 대표 중진인 천 대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철수-천정배 체제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새 원내대표로 ‘협상의 달인’ 박지원 의원, 정책위 의장에 ‘경제통’ 김성식 당선자를 합의 추대하면서 원내 사령탑의 진용도 완성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에서 “노련한 박 의원에게 맞서려면 우리도 원내대표의 급을 높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4) 제 3당의 미래는
양당 대결속 국회운영 조정 역할이 첫 '시험대'


국민의당의 미래는 ‘제3당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6.7%로 더민주(25.5%)를 앞섰다. 호남 싹쓸이 덕에 지역구 후보들의 전국 평균 득표율도 19.4%에 달했다.

이 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국민의당의 선전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동의인 동시에 거대 양당정치에 대한 반사이익이기도 하다”며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잠정적 지지’”라고 지적했다. 김중로 당선자는 “향후 6개월 동안 어떻게 하느냐가 당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얼마나 조정역을 해낼지가 첫 시험대다.

전국적인 조직망이 없다는 점도 숙제다. 전당대회를 연말께로 미룬 것도 “신생 정당이라 투표권을 가진 기간당원(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이 없고, 지역위원장이 없는 지역이 태반”(주승용 의원)이라는 현실이 고려됐다.

임현우/은정진/김기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