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교도소로 간 인문학자들 자기 성찰의 힘을 전하다
상아탑 안 학자들이 고가구로 장식된 방에 둘러앉는다. 서로 어려운 철학 용어를 쓰면서 책장을 뒤적거린다. 기존 고정관념 속 인문학의 모습이다.

《낮 은 인문학》의 저자 8인은 “인문학은 우리네 삶의 모든 현장에 적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 서울대에서 철학 종교 문학 등을 가르치는 교수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천왕동 남부교도소에서 재소자를 대상으로 인문학 수업을 했다. 한 해 동안 1주일에 1회 두 시간씩 열린 강의 내용을 엮어 책을 냈다.

배철현 종교학과 교수는 “누구나 인문학을 통한 자기성찰로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는 자존감과 삶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서울대가 2013년부터 법무부와 함께 교도소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 이유다. 교수들은 고대 종교 경전부터 최신 TV 프로그램까지 넘나들며 삶과 밀접한 인문학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내용이다. 배 교수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오만에 갇힌 수용자”라며 “인문학은 삶을 반추해 건강한 자아를 새로 찾게 한다”고 말한다.

김헌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호메로스 서사시 ‘일리아스’가 소재다. 권력과 사랑, 행복을 치열하게 추구한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과 현대인의 삶을 비교한다. 김 교수는 “극단적인 감정의 종말은 결국 죽음”이라며 “문학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한다”고 말한다.

김현균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설명한다. 서구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애쓰는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문학계 운동을 소개한다.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한 박찬국 철학과 교수는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이론을 소개한다. 쾌락과 소유 대신 사랑과 지혜 등 정신적 잠재력을 실현할 때 행복하다는 주장을 편다.

전지혜 교보문고 인문파트 북마스터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청춘이라는 대단한 무기를 지닌 대학생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