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총, 균, 쇠' 저자가 말하는 부자 국가, 가난한 국가
1960년대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내기를 하곤 했다. 그중 하나가 당시 최빈국에 속한 한국과 가나, 필리핀에 관한 것이었다. 훗날 어느 나라가 부유해지고, 어느 나라는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예측하는 내기였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가나와 필리핀의 경제 부흥을 점쳤다. 반면 한국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뜻하고 자원이 많은 가나 필리핀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추운 데다 자원이 충분치 않아서였다. 56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 성장을 거듭했지만 가나와 필리핀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총, 균, 쇠》로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에서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란 질문을 던지며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나눠 국부의 불균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한국이 가난을 벗어난 이유에 대해 “세계적으로 문명이 발달한 중국에 인접해 있으며, 독립 문자를 개발하고 다양한 제도를 자체적으로 발전시킨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나와 필리핀에 대해선 “독자적인 문자를 개발해 내지 못했고 강력한 중앙정부도 없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를 내놓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좋은 제도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는 “좋은 제도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며 “그 역사는 농업이 발달하고 중앙정부나 시장 같은 복잡한 제도들이 있어야만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부와 좋은 제도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저자는 “500여년 전 부유했던 국가 중 많은 나라가 다른 나라의 나쁜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가난해졌다”며 “이런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제도적 요인 때문에 중국이 세계 1위 나라가 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중국은 눈부신 속도로 경제가 성장했지만 환경·인구 문제 등을 겪고 있다”며 “독재 정부보다 민주 정부가 본질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중국이 민주주의가 보다 발달한 유럽과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