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시장은 오는 7월1일부터 영국 등 유럽연합(EU) 지역 로펌에 문호를 개방(3단계)한다. 혁신적인 발상으로 법률자문에 나서고 있는 사례들을 연재, 국내 로펌과 변호사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로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법무법인 율촌의 기업구조조정세제팀. 왼쪽부터 이민규 회계사, 은성욱 변호사, 장재형 세무사, 이승민 변호사, 김동수 변호사(조세그룹 대표), 최수연 변호사, 전영준 변호사, 최규환 회계사. 법무법인 율촌 제공
법무법인 율촌의 기업구조조정세제팀. 왼쪽부터 이민규 회계사, 은성욱 변호사, 장재형 세무사, 이승민 변호사, 김동수 변호사(조세그룹 대표), 최수연 변호사, 전영준 변호사, 최규환 회계사. 법무법인 율촌 제공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됐다. 인수대금은 약 7조2000억원으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MBK파트너스가 승리의 주인공인 만큼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그 뒤에서 숨은 역할을 한 곳이 법무법인 율촌이었다. 간주취득세라는 ‘복병’을 해결하는 데 율촌이 결정적인 인수구조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새로운 인수구조 제시

당시 MBK파트너스의 고민은 두 가지였다. 홈플러스의 덩치가 워낙 커 인수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은행에서 빌릴 수밖에 없었다. 이자 비용만 해도 상당했다. 이 와중에 홈플러스가 마트 부지 등 소유 부동산이 많아 이에 대한 간주취득세 부담이 크다는 것도 고민이었다.

간주취득세란 회사 주식을 취득할 때 해당 회사의 자산(부동산)까지 인수한 것으로 간주해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한 푼이라도 돈을 아껴 최대한의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건물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을 인수하는 건 ‘금기’로 여겼다.

이때 MBK파트너스는 법률 파트너로 율촌을 선택했다. 율촌은 조세 분야의 강자로 알려진 터였다. MBK의 의뢰를 받은 율촌 기업구조조정세제팀은 홈플러스의 기존 기업지배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하는 역발상 전략을 제시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민규 회계사는 “MBK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인수구조를 만들어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 게 홈플러스 지주회사 전환이었다. 통상 사모펀드가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인수하면 간주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지주회사는 세금(농특세 제외)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관계를 명료하게 해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율촌은 이 방식을 통해 약 800억원의 세금을 절감한 데다 계열사 간에 발생하는 중복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A와 경영 과정에서 조세를 포함해 발생 가능한 비용이 줄어들면 사모펀드도 회사 발전을 위해 투자를 단행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경영권 승계의 ‘해결사’

율촌의 이 같은 역발상 전략은 김앤장, 광장 등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2013년 애경그룹의 지주사(AK홀딩스) 전환 과정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었다.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기업구조를 다시 짜야 했다.

율촌은 이 과정에서 상호 출자하면서 법적 위험을 차단하는 최적의 구조를 제안했다. 상호 출자를 하는 자회사 사이의 법적 위험이 사라지자 각 자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각 자회사가 증권시장에서 재평가받자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주가는 1년여 만에 70%가량 올랐다.

AK홀딩스 지주사 전환은 구조조정 분야에 큰 의미를 지닌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 재편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다. 하지만 율촌은 AK홀딩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이런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성공적인 지주사 전환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율촌은 중견기업의 주된 고민 중 하나인 경영권 승계 문제의 해결사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3년 S그룹 회장이 운명을 달리하자 상속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율촌 세제팀은 문화재단에 지분을 출연해 문화 예술계에 기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을 통해 평소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의 뜻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은성욱 율촌 변호사는 “단순히 프로젝트 계약을 가져온 사람이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짜는 게 율촌의 문화”라며 “갈수록 복잡해지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