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DDP에서 열린 쇼룸 입점 디자이너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 / 최혁 기자
25일 서울 DDP에서 열린 쇼룸 입점 디자이너 간담회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 / 최혁 기자
[ 김봉구 기자 ] “보통 패션 트렌드나 수요를 예측해 1년치를 미리 만드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품을 생산한 게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개장하는 동대문 쇼룸을 통해 동대문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유니클로처럼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은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동대문 쇼룸 ‘차오름’ 입점 디자이너 간담회에 참석해 “동대문의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 중소상공인들이 차오름을 통해 보다 손쉽게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카카오의 주문생산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와의 협력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차오름 입점 디자이너들이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통해 고객 수요를 즉시 반영해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문을 연 차오름은 우수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을 홍보·판매할 수 있는 편집숍이다. 매장은 동대문 패션도매시장과 가까운 DDP 이간수문전시장에 들어섰다.

견본품을 전시해 바이어에게 상품을 선보이고, 상담을 통해 계약과 주문을 진행하는 B2B(기업간거래) 위주 패션유통사업으로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선 패션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바이어가 편리하게 상품을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어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춘 신생 브랜드의 판로 확장에 효과적이다.

차오름은 크게 두 가지를 맡는다. 아이디어와 역량은 있으나 비용과 노하우가 부족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패션브랜드나 신진·예비창업 디자이너를 발굴해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공동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한다. 동시에 공간·장비 제공부터 상품 기획·제작·유통·판매·컨설팅까지 지원하는 원스톱서비스 기능을 수행한다.

서울시가 보증하는 ‘차오름’이란 동대문 쇼룸 공동브랜드를 활용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장점도 있다.
박원순 시장이 25일 문을 연 동대문 쇼룸 '차오름' 매장을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 최혁 기자
박원순 시장이 25일 문을 연 동대문 쇼룸 '차오름' 매장을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 최혁 기자
박 시장은 “해외에서도 동대문 하면 패션의 중심지라고 떠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패션 동향을 파악하려면 동대문으로 오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서울패션위크와 동대문 쇼룸을 연계해 중요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오름이 서울 패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이자 동대문 일대를 살리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란 포부다. 서울시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현장 의견을 수렴, 온라인쇼핑 성장으로 위축된 동대문 상권의 돌파구를 찾는 공공쇼룸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치했다.

차오름 운영을 맡은 서울산업진흥원(SBA) 배희건 쇼룸팀장은 입점 디자이너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쇼룸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해외 바이어와 디자이너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개별 디자이너가 하기 힘든 현지 바이어 방문과 해외 수주에도 적극 나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디자인 권리 보호를 주제로 강연한 김웅 해움국제특허법률 대표변리사는 컴퓨터 모니터 메모 보드케이스 사례를 들어 “국내에서 고객반응 체크를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순간 중국에선 디자인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소한 부분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반드시 특허 출원을 마친 뒤에 디자인을 공개해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오름은 앞으로 서울 소재 우수 중소패션기업 및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 샘플을 콘셉트별로 편집해 전시한다. 시즌별로 의류, 패션잡화, 액세서리 등 각종 패션 관련 브랜드가 순환 입점한다. 지난 2월부터 첫 입점 디자이너를 공모, 심사를 거쳐 총 100개 브랜드 제품을 선정해 이날부터 선보인다.

☞ 박원순 시장 "앞으로 패션은 '차오름'으로 통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