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국내 건설업체와 엔지니어링업체, 종합상사 등이 대규모 기반시설 사업 수주를 잇따라 추진 중이다. 가계약, 양해각서(MOU) 체결 등 수주 가시권에 들어온 건설 수주액이 최대 2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추정이다. 이란이 저유가로 인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중동 건설수주 시장의 숨통을 터줄 것이란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진출 때 국내 기업이 자금조달 계획까지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 자금조달 능력이 앞으 로 사업수주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억달러 '이란 잭팟' 눈앞…건설업계, 저유가로 막혔던 중동 수주 '숨통'
◆최대 200억달러 ‘수주 대박’ 기대

다음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앞두고 대형 건설업체들의 이란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MOU 이상 단계까지 간 공사가 최소 130억달러에서 최대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대림산업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란 알와즈와 이스파한을 연결하는 철도공사(49억달러)와 박티아리 댐·수력발전 플랜트 공사(20억달러)에 대한 가계약을 박 대통령 순방 기간에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이외에 이란에서 10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공사의 수주도 추진 중인데 다음달 이란 정부와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36억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12단계 확장 공사(가스 정제시설)에 대한 기본계약 외에 이란 에너지부 산하기관이 발주하는 5억달러 규모의 민자발전소 공사 수주를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대우는 다음달 이란 보건부와 의과대학인 시라즈의과대 병원(1000병상) 건립에 대한 정식 업무협정을 체결한다.

민간 건설회사와 함께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도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동행한다. 이들 공기관도 앞으로 이란 정부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새 수주 텃밭 부상

이란이 크게 위축된 중동 건설시장에 숨통을 터줄 것이란 전망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중동 발주시장은 저유가 장기화의 영향으로 크게 침체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공사금액은 31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3%, 2014년에 비해선 77% 급감했다. 국내 건설사의 지난해 중동 수주금액은 165억달러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란 발주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건설 및 엔지니어링 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지역이 될 것으로 건설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수주 관건은 원활한 자금 조달

이란 공사 수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금 조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란은 오랜 기간 미국 등의 경제 제재로 인해 정부와 발주처의 자본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발주처에서 자금을 집행하는 일반 공사와 사업구조가 다르다. 건설사들이 한국 정부 등에 자금 조달을 의뢰하면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을 통해 이란 은행에 자금을 대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란 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발주처에 대여하는 것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이란에서 나오는 공사는 공사 자금 조달을 명확하게 해야 해 본계약 체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자금 조달의 리스크를 지는 만큼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도 이란의 대형 사업에 자금을 대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원에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