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금융 소비자 등의 자본시장 관련 법률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 지식을 갖춘 전문 변호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부터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까지 법조계에서 ‘금융통 모셔가기’가 치열하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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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금조부 출신 ‘러브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조부 출신 법조인은 금융 증권 조세 등을 아우르는 금융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에 주요 법무법인(로펌)에서 몸값이 높기로 유명하다. 최운식 대륙아주 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 이경훈 태평양 변호사(23기), 장영섭 광장 변호사(25기), 박성재 민 변호사(30기) 등이 대표선수다.

최 변호사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장을 지낸 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으로 맹활약했다. 이 변호사는 2005년과 2006년 금융감독위원회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을 다녀왔고 2007년엔 서울중앙지검 금조부에서 부부장검사를 지냈다. 장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장을 지낸 뒤 작년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계법인 근무 경력이 있는 박 변호사는 금조2부에서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사로 증권회사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로펌에선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금조부 경험이 도움이 된다”며 “금융 전문 변호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작년 3월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금융 중점청으로 지정되면서 금조1부와 금조2부가 남부지검으로 이관됐다. 기업·금융 수사를 전담하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남부지검에 자리잡았다. 최 변호사는 “금조부가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땐 중앙지검 출신이 잘나갔는데 이제는 남부지검으로 중심축이 넘어갔다”며 “남부지검 출신 부장검사가 로펌으로 나온 사례는 없지만 향후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거래소 임원들도 로펌行

법률 분야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해지면서 로펌이 관련 경험이 풍부한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의 임직원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2010년 세종으로 자리를 옮긴 홍성화 고문이 대표적이다. 홍 고문은 증권감독원(현 금감원)에 입사해 증권검사국 팀장, 조사2국 부국장, 자본시장조사국장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최영진 율촌 전문위원도 금감원 출신으로 자본시장조사국 등을 거쳤다. 2008년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 국내외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주식시장과 파생시장을 운용·관리하는 한국거래소 임원도 로펌에서 영입 제안을 꾸준히 받고 있다. 올초 임기가 만료된 이규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광장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 율촌으로 옮긴 김정수 고문(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은 한국거래소에서 27년간 근무하면서 증권시장과 자본시장법 분야에서 내공을 쌓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불공정거래 이슈부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까지 소송이 잇따르면서 로펌이 때아닌 ‘여의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시장 수요가 커진 만큼 ‘금융통’의 역할도 재발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고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