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로고. (자료 = 한경DB)
아마존 로고. (자료 = 한경DB)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도 초기에는 막대한 적자를 냈습니다."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질문에 바로 뒤따라오는 '모범답안'이다. 국내 소셜커머스는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적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미래를 위한 투자로 '예상된 적자'라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3사의 매출 규모는 쿠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달성하면서 큰 폭으로 늘었다. 3사 매출액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배 커졌지만, 영업적자는 총 8334억원으로 8배나 늘어났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오히려 더 악화된 셈이다. 자연스럽게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소셜커머스 업계는 아마존도 10년간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계속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도약했다고 입을 모은다.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1997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001년 4분기 들어 처음으로 500만달러(약 58억원) 규모로 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4억8200만달러(5596억원)의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마존이 적자를 지속했음에도 신규투자를 끊임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충당하기 보단 내부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입했다.

더불어 아마존은 전체 미국 시장에서 35% 시장점유율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도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5.6%에 불과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심지어 국내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쿠폰이나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느라 물건을 많이 팔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없다는 얘기다.

쿠팡이 -3318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악화됐으며, 티몬 -1798억원, 위메프가 -1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소셜커머스 3사가 '제 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벌여온 데 따른 출혈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만큼 소셜커머스의 행보가 더 험난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두고 경쟁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유통업계가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면서 경쟁구도가 첨예해졌다.

최근 이마트발(發) 최저가전쟁과 오픈마켓인 11번가가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마트가 최저가 전쟁을 시작한 데 이어 여기에 오픈마켓인 11번가까지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이마트가 쿠팡을 겨냥하고, 11번가의 행보를 두고 소셜커머스 모델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신은 금물이다. 아마존이 처음 사업을 벌였을 때의 환경과 국내 유통시장은 너무나도 다르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아마존을 들어 '성장론'을 자신하는 데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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