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이어 신한·국민·농협·기업은행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간편결제인 삼성페이를 활용한 입출금서비스에 나선다. 앞으로 5개 은행의 전국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한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삼성페이는 카드와 통장을 스마트폰에 등록하면 실물 카드와 통장 없이도 카드 결제하고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은 앞으로 삼성페이를 통한 송금서비스 등으로 제휴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은행 서비스도 끌어들인 '삼성페이의 힘'
◆삼성페이 입금 이어 출금까지

신한·국민·농협·기업은행은 14일 ATM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삼성페이 서비스를 일제히 출시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우리은행을 포함해 5개 은행의 전국 1만여개 지점에 설치된 약 4만개 ATM에서 삼성페이로 입출금할 수 있다.

현금 출금서비스만 제공하던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입금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통장이나 신용카드, 체크카드 없이 ATM에서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출금은 하루 최대 20만~50만원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영업점을 방문해 별도 등록하면 하루 최대 3000만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교통 카드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체크카드처럼 은행 계좌에 잔액이 있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삼성페이 계좌기반 결제 서비스도 확대된다. 지금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만 가능하지만 연내 국민·농협·신한은행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ATM에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삼성페이 앱(응용프로그램)에 각 은행 입출금 은행 계좌를 등록해 놔야 한다. ATM 입출금 서비스는 지문 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영향력 커진 삼성페이 플랫폼

지난해 우리은행이 삼성페이 활용과 관련한 독점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다른 시중은행은 ‘일단 지켜보자’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8월 첫선을 보인 삼성페이의 가입자 수가 6개월 만에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만 특정 서비스를 하게 되면 기존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결국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페이에 대한 우리은행의 독점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주요 은행이 앞다퉈 삼성페이를 활용한 서비스에 참여한 이유”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삼성페이와 제휴에 나선 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앞으로 삼성페이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면 나타날 수 있는 수수료 청구 등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은행이 공들이고 있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등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삼성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했을 때를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각 은행이 삼성페이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직·간접적인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은정/안정락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