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엔젤투자가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41)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수십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정부 보조금을 받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회사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낸 것으로 드러나 엔젤투자업계의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호 대표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엔젤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수사팀(팀장 양인철 형사5부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청 민간주도 창업지원사업(팁스·TIPS)의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 다섯 곳의 지분을 편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호 대표를 지난 4일 구속했다.

팁스는 운영사로 선정된 엔젤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에서 연구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최대 9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벤처스는 2014년 중기청으로부터 운영사로 선정됐으며 이후 여섯 개 업체에 투자했다.

검찰에 따르면 호 대표는 이 중 다섯 개 업체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분을 양도받은 것을 숨기고 허위 투자계약서를 꾸민 뒤 받은 보조금 20여억원을 추가로 가로챈 혐의(사기 등)도 받고 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더벤처스가) 투자와 보조금을 빌미로 과도한 지분 양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 대표가 업체에서 받아낸 지분은 현재 가치가 두 배가량 뛰어 수십억원의 추가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호 대표는 국내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나와 2007년 자신이 창업한 동영상 자막서비스업체 비키를 2억달러(약 2300억원)에 일본 라쿠텐에 매각하며 국내 벤처투자의 ‘신화’를 썼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빙글을 창업했고 국내 벤처기업가의 롤모델이자 멘토로 자리잡았다. 이후 엔젤투자 전문업체인 더벤처스를 설립해 투자자로 활동해왔다. 호 대표의 구속으로 국내 벤처업계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추가 혐의가 없는지, 공범은 없는지 등을 조사한 뒤 이달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