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IPO 투자한 특화 헤지펀드 '돌풍'
롱쇼트 전략이 대세이던 한국형 헤지(사모)펀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월 헤지펀드 설립 요건(자본금 60억원→20억원)이 완화되면서 새로 시장에 진입한 운용사들이 기업공개(IPO)나 비상장 기업 투자, 메자닌 펀드 등 차별화된 무기로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틈새전략 헤지펀드 ‘부상’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이달 메자닌 투자를 주로 하는 헤지펀드 ‘넵튠’을 선보일 예정이다. 메자닌 특화 펀드가 한국형 헤지펀드 형태로 출시되는 건 처음이다. 이를 위해 라임자산운용은 메자닌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시너지투자자문에서 김창희 팀장과 이진호 수석심사역을 영입했다. 메자닌 펀드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메자닌의 기본 속성이 채권이기 때문에 이자가 보장되고 회사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 2월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디에스자산운용은 비상장 기업에 전문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비상장 회사 투자로 업계에 이름을 날린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운용사다.

파인밸류자산운용과 HR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기업 투자 펀드를 내놨다. IPO 기업에 펀드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헤지펀드다. 지난 1월 첫 펀드를 낸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주식을 주로 활용한다.

롱쇼트 위주인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롱쇼트 전략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출시된 한국형 헤지펀드 가운데 롱쇼트를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는 펀드는 3개(9.37%)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롱쇼트 펀드가 전체(34개)의 44.1%(15개)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프로그램의 계량적 분석에 따라 투자하는 퀀트나 메자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멀티스트래티지 펀드가 15개(40.62%)로 가장 많았다. IPO 기업 투자(18.75%)와 비상장사 투자(9.37%) 등 예전에 볼 수 없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헤지펀드 명가들은 ‘부진’

수익률 상위권도 틈새 전략을 구사하는 새내기 운용사가 휩쓸었다. 국내에 출시된 71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는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모히토 펀드’가 차지했다. 연초 이후 9.50%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디에스자산운용의 ‘디에스 수’가 같은 기간 8.29%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파인밸류 IPO플러스’도 6.02%의 수익률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롱쇼트 전략을 쓰는 전통의 명가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대신자산운용이 굴리는 ‘대신 에버그린 롱숏’의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은 -19.12%였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한라’와 ‘브레인태백’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각각 -15.23%와 -15.08%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롱쇼트 전략을 쓰는 펀드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높고 주도주가 두세 달 단위로 바뀌는 상황에서 주가 예측을 잘못하면 공모펀드보다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