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일 경북 경산시 하양시장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실 제공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일 경북 경산시 하양시장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경환 의원실 제공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5일 “경제민주화 주장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관치와 독점,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많이 해소된 지금 경제민주화를 더 하자는 것은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4·13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부각시키고 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최 의원은 “김 대표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인 1970년대 초에는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개념이었고, 그의 경제수석 시절(노태우 정부)엔 한국 경제가 독과점 체제였다”며 “그후 경제가 개방되면서 독과점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각 기업은 세계 경쟁에 노출됐다”며 “삼성전자가 지금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경쟁하지 국내 독과점을 늘리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김 대표는 독일에서 공부한 뒤 세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김 대표의 주장은 대기업을 해체하자는 개념인데, 비유하자면 닭에게 먹이를 줘 알을 빼먹어야지 닭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1972년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 의원은 “김 대표는 ‘헌법에 있는 것도 모르느냐’는 얘기 말고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최근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양적 완화를 주장한 데 대해선 “경제부총리 때 진지하게 고민했던 방안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는 “부총리 시절 기준금리가 4회에 걸쳐 연 1.5%까지 낮아졌지만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다”며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고 은행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왕창 풀어선 효과가 없다. 필요한 부분을 ‘타깃’으로 해 돈을 집어넣어 부실채권과 좀비기업(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는 기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최 의원은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하다. 김무성 대표가 총선 뒤 사퇴하겠다고 밝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6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의원은 당권 도전에 대해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총선전이 한창인데 당 대표에 나간다 만다 하는 것은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음 당 대표는 정말 십자가를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대표의 절체절명 과제는 정권 재창출인데, 지금 당내에 뚜렷한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정권 재창출)을 해내야 한다”며 “잘되면 후보 개인의 공으로 돌아가고 실패하면 당 대표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십자가를 메야 할 상황이 온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먼저 하겠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급적 십자가를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 직접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박근혜 정권을 만들고 성공시키기 위해 10년 이상 열심히 했다. 박근혜 정권 성공이 최경환 개인 성공이다. 일종의 운명”이라며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당 대표든, 평의원이든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이 벌어진 데 대해 “‘비박 쳐내기’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기준은 저성과자 물갈이와 당 정체성 문제였다”며 “저성과자 물갈이는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진행됐다”고 했다. 또 “당 정체성과 안맞는 사람을 공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유승민 의원은 헌법 1조를 들이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면 새누리당이 독재정권 하수인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재오 의원은 단 한 번도 정권을 위해 총을 쏜 적이 없고, 아군한테만 총을 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와 갈등이 없고, 지금도 친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더 강하냐, 좀 떨어지느냐 정도의 차이지 결국 한울타리”라며 “친박-비박으로 나누지 말고 주류-비주류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전문은 www.hankyung.com 참조

경산=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