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드가 '발레 수업'
프랑스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야외 풍경이나 정물화를 즐긴 기존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파리의 카페나 술집, 공연장을 배경으로 절망과 고독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풍경보다는 인물에 치중한 그는 무대 위의 공연뿐만 아니라 무대 이면의 모습과 연습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대표작 ‘발레 수업’은 고전발레 ‘지젤’의 안무가로 널리 알려진 쥘 페로가 젊은 무용수들을 교육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은발의 페로는 지팡이를 짚고 권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일부 무용수는 페로에게 동작을 내보이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팔을 뒤로 꺾어 등을 긁고 있거나 귀고리를 매만지는 무용수의 모습도 섬세한 붓놀림으로 잡아내 전체 화면을 아울렀다. 일상의 나른한 수업시간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연습장의 분위기를 마치 사진 찍듯 잡아낸 드가만의 독특한 통찰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