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불황 뚫는 중소기업의 DNA
경기 화성에 있는 바텍은 작년 매출 2173억원(연결기준)에 4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불황에도 매출은 전해에 비해 11.6%, 영업이익은 29.5% 늘어난 것이다. 바텍 부근에 있는 우주일렉트로닉스는 작년 매출 1838억원에 1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회사 영업이익도 36.9% 증가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채산성이 악화된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충북 오창에 본사를 둔 바이오제약기업 메디톡스의 경영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작년 매출 885억원에 영업이익은 517억원에 달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60%에 육박한다.

기술력과 글로벌화가 핵심

이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바텍은 치과용 영상진단장치, 우주일렉트로닉스는 커넥터 등 전자부품,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를 생산하는 업체다. 제품으로는 공통점이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바텍의 주력 제품은 2차원과 3차원 이미지를 한 번에 얻는 혁신적인 치과용 영상진단장치다. 국내 1위 업체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12%로 5위권이다. 이 회사는 “가격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 아니라 엑스선 투과량도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새 97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휴대폰과 태블릿PC 및 디스플레이 패널용 커넥터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우주일렉트로닉스의 주력 제품인 커넥터의 암수 한 쌍 두께는 0.6㎜에 불과하다. 중국 제품에 비해 0.2㎜ 이상 얇다. 이는 스마트폰의 경박화에 기여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회사 수출은 2013년 1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엔 1억3900만달러에 달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를 국산화한 뒤 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액체형’ 제품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일궈낸다. 작년 수출은 약 3900만달러에 달했다.

창업 전부터 글로벌화 생각해야

이들은 아무리 불황이라도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를 주름잡는 독일 강소기업 ‘히든챔피언’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슈투트가르트 부근에 있는 레이저가공기업체 트럼프나 청소기업체 카처, 스톨베르크 소재 단추기업 프륌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

고급 가전제품 업체 밀레도 소음과 진동을 줄인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명품 세탁기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밀레의 세탁기는 고가 제품인데도 재구매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중소기업이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 시장 개척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요즘, 이는 필수 불가결한 전략이다.

기술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창업 이전부터 기술과 글로벌화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소국 핀란드에선 예비 창업자에게 강조한다. ‘글로벌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