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생들이 29일 서울 안암동의 대표 상권인 참살이길을 지나가고 있다. 이곳에는 내년부터 청년창업공간과 공공하숙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고려대 학생들이 29일 서울 안암동의 대표 상권인 참살이길을 지나가고 있다. 이곳에는 내년부터 청년창업공간과 공공하숙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시가 추진하는 캠퍼스타운 계획의 핵심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내부 시설을 늘리고 학내 편의시설을 고급화하면서 학생들이 지역 사회와의 교류 없이 좁은 캠퍼스 담장 안에서만 활동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대학가 상권이 침체되면서 대학과 지역 사회 간 갈등이 커지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학생들이 침체된 상권 살린다

[안암동에 '고대 실리콘밸리'] 식당·술집 빼곡한 안암골…'청년 스타트업 타운'으로 바뀐다
서울시가 캠퍼스타운의 첫 번째 대상지로 고려대를 꼽은 것은 다른 대학가보다 안암동 일대가 낙후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캠퍼스타운 부지로 선정된 ‘참살이길’(인촌로24길·안암역~안암오거리)은 고려대의 대표 상권이지만 신촌, 홍익대 등을 비롯한 다른 대학가 상권에 비해 크게 침체돼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고려대도 서울시의 재개발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시는 낙후된 대학가를 부활시키기 위해선 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활동할 만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가 꺼낸 카드는 공공하숙촌과 청년창업공간이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기숙사 신축을 놓고 지역 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 기숙사가 추가로 지어지면 하숙촌 손님이 줄어들고,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는 싼값에 학생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공공하숙촌을 안암동에 조성할 계획이다. 대신 민간이 기존에 운영하던 하숙집에는 시와 고려대가 부여하는 공동브랜드가 붙여진다. ‘프랜차이즈 하숙집’과 비슷한 개념이다.

학생들을 위한 창업공간도 잇달아 들어선다. 캠퍼스 안에 확보하기 어려운 창업공간을 대학가에 마련해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캠퍼스 옆 골목길에 문을 연 ‘이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2번가’와 같은 점포를 안암동 곳곳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는 이화여대가 골목길의 빈 점포를 빌려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는 학생들을 위한 창업공간을 조성하는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안암동 참살이길을 청년창업공간이 밀집한 지식문화밸리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시는 안암동의 청년창업공간이 중장기적으로는 인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홍릉벤처밸리 등과 연계돼 대규모 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대학·지역사회의 ‘윈윈’

시는 안암동을 중심으로 한 청년창업이 활성화되면 청년 일자리 확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도 학생 창업이 늘어나고, 갈등을 빚었던 지역 사회와의 상생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에 적극적이다.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대학가에 새로운 대학 문화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지역 주민도 학생들이 대학가로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고려대는 대학의 교육기능을 활용한 오픈캠퍼스(주민을 위한 공개강의 시설)를 안암동에 설립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대학 측과 함께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며 “시와 대학, 지역사회의 목표가 모두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부터 고려대에 이어 연세대·이화여대, 한양대, 중앙·숭실대에 단계적으로 캠퍼스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2013년 시행한 캠퍼스타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권역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재생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