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거점형 마리나, '해양 르네상스' 출발점
‘해양 르네상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울진 후포 마리나를 시작으로 안산 방아머리 마리나, 여수 웅천 마리나가 해수부와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에 대해 실시협약을 맺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5~6개 지역도 실시협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동양건설산업은 포항 두호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 국내 1호 민간제안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됐다.

국내 마리나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경제 수준, 문화, 교육, 인식 등에서 아직은 마리나산업이 꽃피울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저문화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테니스, 볼링, 스키, 골프가 대중화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불과 10~30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레저문화의 수준은 기본적으로 경제발전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발전했다는 의미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레저산업은 퇴조하지 않는다. 상황이 어떻든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레저스포츠 문화의 끝은 요트다. 요트 다음의 레저스포츠는 산업적으로 볼 때 아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골프 대중화를 넘어 이제 요트를 즐기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요트의 대중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마이 요트’시대가 ‘마이 카’시대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요트 수와 요트 인구의 통계적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한국보다는 외국의 마리나, 요트 관련 기업과 단체가 오히려 국내 마리나, 요트산업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마이 요트 시대를 앞서 대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요트문화는 마리나를 전제로 한다. 마리나가 없다면 요트문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요트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정박할 곳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도로와 주차장이 없는 자동차 문화를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1967년 경부고속도로를 놓겠다는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 이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자동차 수와 경제 수준, 생활여건 등을 고려한다면 반대논리가 합당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경부고속도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체가 되지 않았나.

드넓은 해수면, 3000여개의 섬, 강과 호수, 이 모두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해양 자원이다. 마리나는 이런 풍부한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최근의 마리나 개발은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이 아니라 환경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 마리나 개발은 환경 복원과 보호,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의 휴식 및 여가 공간 조성, 일자리 창출 등의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마리나는 단순한 요트 계류장이 아니다. 웰빙과 힐링의 공간이자 미래 산업의 꿈을 이루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마리나에서 파생하는 산업 효과는 지대하다. 판매, 제조, 수리, 정비, 금융 등 마리나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그 어떤 다른 산업보다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제 마리나 개발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시기적으로나 경제적 관점에서도 의미 없다. 마리나 개발은 죽어 있는 강과 바다와 호수의 부활을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리나와 요트는 이미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 지속가능한 마리나 개발은 한국 경제발전과 함께해온 경부고속도로처럼 미래의 경제적·사회적 보고(寶庫)가 될 것이 틀림없다.

유흥주 < 인하대 겸임교수·경기씨그랜트 부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