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대배우’에서 처음으로 단독주연을 맡은 오달수.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대배우’에서 처음으로 단독주연을 맡은 오달수.
배우 오달수(48)는 영화계에서 ‘천만 요정’으로 불린다. 그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마치 요정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줄줄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해서다. ‘괴물’에서는 괴물 목소리 연기를 했고,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에서도 다양한 역할로 등장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13편 중 7편이 그가 출연한 작품이다.

흥행 배우 오달수가 처음으로 단독 주연한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사진)가 오는 30일 개봉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스타를 꿈꾸는 무명 배우 장성필 역을 해냈다. 자신의 옛 모습이 투영돼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는 그를 23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단독 주연한 영화여서 망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손익분기점이 100만명입니다. 석 감독과의 인연 때문에 출연했어요. 석 감독은 제 출세작인 ‘올드보이’를 촬영할 때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이었어요. ‘박쥐’로 다시 만났을 때 석 감독이 연출하면 꼭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게다가 ‘대배우’ 시나리오는 바로 제 얘기였어요.”

오달수 "무명 배우의 꿈과 애환…꼭 내 얘기 같아요"
장성필은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무명 배우다. 동료 설강식(배우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딴 캐릭터)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언젠가는 대배우가 되리라고 다짐하지만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연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저도 괜한 자존심으로 ‘연극만 할 거야’라며 10년 넘게 대학로를 지켰어요. 유명 배우를 보면서 속으로 ‘나한테 저런 시간이 올까’ 하고 부러워했죠. 그게 인간의 기본 욕망일 겁니다.”

1000만명 이상을 모은 작품 7편에 출연한 비결은 무엇일까. 시나리오 자체가 감동을 주거나 캐스팅이 화려한 대작 감독들이 출연을 제안해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7번방의 선물’을 촬영할 때 감독에게 1000만명 이상 들 거라고 장담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눈물이 앞을 가렸거든요. 제 마음을 크게 흔든 작품은 1000만 이상 가더군요. ‘암살’이나 ‘도둑들’은 출연진이 ‘빵빵’해 애초 1000만명을 바라보고 만들었고요.”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베테랑’은 다른 작품과 일정이 겹쳐 고사하다 감독의 끈질긴 구애에 넘어갔다. 류승완 감독이 새벽 촬영장에 찾아오는 바람에 미안해서 출연했다는 것이다.

“감독들이 저를 찾는 건 제 코미디 연기 호흡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 호흡이라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요. 연기하기 전에는 계산을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임합니다. 코미디일수록 진지하게 연기하죠. 한 번도 관객을 웃기려고 한 적 없어요. 웃기려고 덤빌수록 관객은 손발이 오그라들어 못 보죠. 상황이 웃기는 거지, 배우의 테크닉으로 웃기려고 해선 안 됩니다.”

그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딸의 희망을 단칼에 잘랐다고 했다. 힘든 일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배우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배우는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가족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거든요. 회사 임원이 된 친구가 제게 부럽다고 하더군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요. 맞습니다. 반면 직장인은 대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죠.”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