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전쟁'…블룸버그·로이터 양강구도  깨지나
세계 경제·금융정보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 양강(兩强)구도로 재편된 시장에 잇달아 도전자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및 산업정보 분석 전문회사 IHS와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거시경제 및 금융 관련 정보를 주로 파는 마킷이 합병을 선언했다. 작년 10월에는 세계 2위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금융분석 및 조사업체 인터랙티브데이터(IDC)를 사들였다. 이들은 모두 대량의 경제·금융정보를 각국 정부 기업 금융회사 투자자 등에 판매하는 것이 미래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버튼테일러인터내셔널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약 265억달러에 이르는 시장에서 블룸버그의 점유율은 32%, 톰슨로이터는 27%였다. 신용정보를 주로 파는 무디스, 신흥국지수에 강점이 있는 MSCI 등 많은 업체가 있지만 두 회사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작년 10월 ICE가 IDC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강구도에 도전장을 던졌다. IDC는 매일 4만6000가지 회사채 발행을 포함해 270만건의 금융증권 가격을 평가하는 회사다. FT는 ICE가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블룸버그·톰슨로이터 다음으로 큰 데이터 공급자가 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IDC를 사려고 했다가 ICE가 50억달러를 제시하는 바람에 분루를 삼킨 것이 마킷이다. 시장조사업체로 알려진 마킷은 거시경제지표를 많이 갖고 있고 금융회사와 주로 거래한다. IDC를 사서 대형 데이터 공급회사로 발돋움하려 했던 목표는 마킷이나 ICE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마킷이 IHS와 합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IHS는 에너지와 상품, 교통, 물류 등의 산업 분석에 관해 일류로 꼽히는 회사다. 마킷이 부족한 대목이다.

이 같은 합종연횡의 배경에는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블룸버그는 유한회사라 수익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지만 톰슨로이터의 경우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률이 26%대다. IHS와 마킷도 EBITDA 비율이 36%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파생상품의 증가 등 점점 복잡해지는 경제·금융 환경 때문에 정보, 특히 질 높은 빅데이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위시한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이 ‘블룸버그가 정보를 가로챈다’고 의심하며 종전에 쓰던 블룸버그 메신저 대신 독립 메신저 서비스 ‘심포니’를 제작해 쓰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정보 전쟁’ 양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경제·금융 데이터를 둘러싼 업체 간 ‘합종연횡’ 바람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를 운영하는 도이체뵈르제와 영국 런던 증시를 운영하는 런던증권거래소(LSE)가 합치기로 하는 등 대형 거래소 간 M&A가 잇따르는 것도 데이터 확보를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ICE가 마킷을 (IHS에서) 다시 인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