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선다. 회의부터 보고·제안 방식, 야근 관행까지 일하는 문화를 바꿔 임직원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오는 24일 ‘혁신에 시동을 걸다’라는 주제로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연다. 관료주의적 문화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바꾸기 위한 행사다. 수원 사업장에서 진행될 행사에선 의미 없는 회의와 상명하복식 보고 방식, 늦어지는 의사결정, 할 일도 없이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관행 등을 없애기 위한 발표와 새로운 제도 선포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인사팀은 내부 인트라망을 통해 임직원의 의견을 취합해왔다.

이런 기업문화 혁신 노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경영자로 해외에서 경영학을 배운 이 부회장은 글로벌 마인드와 창의적 문화 정착을 강조해왔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현지 기업처럼 현지 법인의 사장, 임원 집무실을 없앨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변화를 추진해왔다. 2000년대 말 오후 1시까지 출근해 하루 8시간만 일하면 되는 ‘자율출근제’, 잡무를 줄이는 ‘워크스마트’, 복장을 자유롭게 한 ‘자율복장제’ 등을 도입했다. 2012년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면 1년간 마음껏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크리에이티브랩(C랩)’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직원만 10만명에 이를 정도로 조직이 거대해진 데다 여전한 ‘관리’ 중심의 문화로 인해 창의적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관리 위주의 딱딱한 삼성 기업문화를 젊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한 뒤 7·4제(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