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벽돌로 지어진 시카고의 브리그스하우스 호텔을 잭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 한경BP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발췌
벽돌로 지어진 시카고의 브리그스하우스 호텔을 잭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 한경BP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발췌
인류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최근 중국 우한에서는 지은 지 100여년이 지난 3층짜리 건축 문화재를 통째로 들어 올려 옮기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내 중산대도 일대의 재개발 공사를 진행중인 우한시는 100여년전 시민들이 갹출해 마련한 소방서였던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동쪽으로 90여m 수평 이동시키기로 했다.

시공사측은 이를 위해 건물 내부를 전부 비우고 보강작업을 벌인 다음 지면에서 1.4m 띄운 건축물을 통째로 지상에 깔린 6개 라인의 철근 콘크리트 레일을 통해 활주시키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은 과거에도 많았다.

19세기 중엽, 미국 시키고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레이트 플레인스에서 동부 해안의 도시로 운송되는 밀과 보존 처리된 돼지고기가 환승되는 중심지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시카고는 수십 년 만에 작은 마을에서 대도시로 성장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도시는 주변의 발달한 강이나 항만 쪽으로 표고가 완만하게 내려간다. 반면에 시카고는 그야말로 다리미판이다. 한마디로, 펀펀한 평지에 자리 잡은 대도시다. 시카고의 지형은 유달리 투과성이 낮은 땅이어서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배설물이었다. 이런 오물들은 감각적으로만 불쾌했던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카고 공학자 엘리스 체스브로는 시카고의 평평한 물이 스며들지 않는 지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수품 기관차를 철로에 올릴때 사용하던 장치인 나사식 잭을 생각했다. 배수를 위해 땅을 파서 비탈을 만들 수 없다면, 잭을 이용해서 도시 전체를 들어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시카고 곳곳에서 건물들이 하나씩 잭으로 올려졌다. 잭이 건물을 조금씩 들어 올리면 인부들이 건물의 기초 아래에 끼워진 하수관은, 도로 중앙에 설치된 주하수관과 연결됐다. 시카고 강에서 준설한 흙으로 도시 전체가 평균 3m 가량 높아졌기 때문에 주하수관은 그런 흙속에 묻혔다. 이렇게 미국 도시에서 처음으로 종합적인 하수시설이 완성됐고, 쓰레기 처리 문제와 수인성 전염병은 사라졌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대 1의 압승을 거뒀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 많은 사람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인공지능포비아(공포증)’ 조짐마저 보인다. 인류의 보편타당한 감정들일 수 있다.

하지만 유한한 바둑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것의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AI도 인간이 만들었을 뿐이다.

성경에 나오는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란 인간적으로 보면 아주 불가능하게 보이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믿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 앞에 나약해진 인류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도시 전체를 들어 올릴 만한 믿음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긍정의 힘으로 절망을 밀어내면 그 자리엔 반드시 희망이 고인다.

그렇다고 이것만은 하지말자. 정부가 나서 AI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뭔가를 주도하겠다는 생각말이다. 한 미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AI 분야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많이 뛰어들어 가능성을 탐색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