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정치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 정기국회 격) 개막식은 시종일관 엄숙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5일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오전 9시(현지시간)부터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와 지방별, 직능별 대표 290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식 직전, 수천 명의 대표와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 주석을 선두로 최고 지도그룹인 7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차례로 입장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주석단에 먼저 자리를 잡은 주요 당 간부들과 눈인사도 거의 나누지 않은 채 곧장 중앙에 있는 자신의 의자로 향했다.

굳은 표정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발표하는 2시간 내내 이어졌다.

심각하고 엄숙한 표정은 관영 중국중앙(CC)TV의 생방송 카메라에도 수시로 잡혔다.

반면, 시 주석 주변에 자리 잡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나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 등은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며 '열공 모드'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이틀 전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도 연출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협 개막식 분위기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면 '긴장'(tense)이었다고 평가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시 주석이 주석단에 앉은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고, 주변의 정치국원들조차 경직된 자세로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예년에 없던 각종 금지지침도 올해 양회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중국당국은 양회 개막 직전 기자들에게 셀카봉 반입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내보냈다. 카메라 기자로 등록하지 않은 일반 취재기자는 '전문가용 카메라'와 삼각대를 휴대할 수 없다는 황당한 지침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지도부의 각종 통제 강화 조치가 올해 양회 분위기가 얼어붙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강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전 정권의 권력자들을 일소한 시진핑 체제는 최근에는 90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반 당원들에 대한 감시·감독의 고삐를 빠짝 당기고 있다.

양회 분위기가 시 주석의 냉랭한 표정 하나로 무겁게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의 '1인 권력체제'가 공고해졌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양회 기간에도 시 주석의 '어록'격인 '시진핑 국가통치(치국이정)를 말하다'(習近平談治國理政)와 그가 제창한 '중국의 꿈'(中國夢) 등의 발전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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