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임금 양극화 해소? 중견기업 규제부터 치워라"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중견기업이 고용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만 제거해도 고용·임금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임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견기업이 1%만 돼도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개가 생긴다”며 “수출과 고용의 효자인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회사를 키워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고려하면 기다리는 규제가 100개가 넘는다”며 “기업인을 좌절시키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이끌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중견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대다수 공무원은 중견기업의 존재조차 알지 못해 애로 해결과 규제 타파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견기업은 3846개에 지나지 않지만 경제 기여도는 작지 않다.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의 총매출은 640조원으로 1~3위 대기업 매출을 합친 것(585조원)보다 많았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은 모두 감소했으나 중견기업만 3.2% 증가했다. 법인세 납부액은 8조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얼마 전만 해도 중견기업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기업’ 정도로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 실현에서 중견기업 역할이 언급되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2년 전에는 ‘중견기업특별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은 상황이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규제 때문이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을 졸업해 막 중견기업이 됐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대기업 취급을 하면서 밥그릇을 빼앗아버린다”고 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연임된 강 회장은 이 같은 규제 해결과 법 개정, 서울 마곡지구에 ‘중견기업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세 가지 과제로 제시했다. 규제개혁에 대해 “중견기업이 원하는 것은 ‘보호 장벽’을 쳐달라는 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육성’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산업 관련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적 구조”라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제정 등을 통해 육성책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가업승계 중요성도 강조했다. “독일은 8~9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데 우리는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속공제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고 독일식 가업승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D가 취약한 중견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중견기업 글로벌 R&D센터 건립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강 회장은 “정부 지원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우리가 직접 나섰는데, 기업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임기 내 센터를 꼭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