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규제완화] 김홍국 하림 회장의 호소 "대기업 올라서니 새 규제 35개…누가 기업 키우겠나"
“올해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 규제를 새로 받게 됩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적인 규제를 하는 현 상황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사진)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경영자연구회에서 강연을 통해 “기업 성장을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다. 다음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등 새로운 규제를 받는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부분육 판매사인 올품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 비상장 계열사의 중요사항 공시, 대규모 내부거래에 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등의 의무도 생긴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58가지 지원이 중단되면서 동시에 16가지의 규제를 받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35개 규제가 더해진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독일과 네덜란드의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독일은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모든 기업에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등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독일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자유로운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농업 관련 부처를 경제통상부에 편입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도 경제 논리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관련 부처 없이도 네덜란드는 농업 부문의 성과를 중심으로 매년 35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며 “농업을 지원 대상으로 보는 한국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