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100명 일자리 만든 공대 교수
그는 창업할 이유가 없었다. 교수 생활만 했으면 사업자금을 대달라고 ‘구걸’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선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제자들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17년. 100명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 이후를 책임지기 위해 정년을 10년 남겨두고 교수직에서 지난달 말 물러났다.

신동우 경상대 교수(55) 얘기다. 신 교수는 한양대 공대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 KAIST 석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원, 케임브리지대 박사(영국 정부 장학생), 일본 쓰쿠바의 국립무기재질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5년 경상대 교수로 임용됐다. 전 과정을 장학생으로 다닌 그는 무기재료 분야의 탁월한 연구로 각지의 세미나에 초청받는 등 남부러울 게 없었다.

교수·제자 합심해 일자리 창출

하지만 가슴 아픈 게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 제자들이 단 한 명도 취업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해주자”며 1999년 학내에서 네 명의 제자들과 함께 (주)나노를 창업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거지나 다름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남 진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제자들과의 합심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나노는 이산화티타늄 원료를 싸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 이를 활용해 화력발전소나 선박, 자동차에서 질소산화물을 잡아주는 탈질촉매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다. 공장은 2009년 경북 상주로 이전했다. 신 교수의 고향이다. 작년 4월 코스닥에 등록했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쿤밍에 원료공장을 준공했고 스페인 자동차부품공장을 인수했다. 해외 영업법인은 중국 독일에 이어 작년 말 미국, 금년 초 일본에 추가 개설했다. 직원은 국내 100명, 글로벌 사업장을 포함하면 총 360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달 말 전체 교수들에게 고별 인사를 했다. 내용은 이렇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에 비해 대학 밖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데도 대학은 천자문을 가르치는 교육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수는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청춘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변해야 한다.”

기술 창업 없이 일자리 없어

교수와 제자가 합심해 일자리를 만든 나노는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이다. 창업 당시나 지금이나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가 뽑은 제자 직원 중 회사 지원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네 명, 석사학위자가 열 명에 이른다. 그는 “공학 교육의 본질은 돈이 되는 실용 기술을 개발하고 가르치는 것”이라며 “공학 교육이 실용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어떤가. 공대 교수들은 실용 기술 대신 여전히 논문에만 매달린다. 우수 공대를 나온 학생은 창업을 외면하고 편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에서 혁신적인 모험 기업 탄생은 기대하기 힘들다. 공대 교수와 이공계 박사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기술 창업 없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