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집트가 한국 기업의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이집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교수, 서강석 KOTRA 실장, 양호인 율촌 변호사, 강웅식 한·이집트 친선협회장,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권태균 율촌 고문.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이집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교수, 서강석 KOTRA 실장, 양호인 율촌 변호사, 강웅식 한·이집트 친선협회장,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권태균 율촌 고문.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사가 압둘 팟타흐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최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개최한 ‘한·이집트 경제협력방안’ 좌담회에서다. 이집트는 유럽과의 지리적 인접성, 싸고 질 좋은 노동력, 수에즈 운하 등을 이용하면 베트남 못지않은 ‘생산 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통·전력 등 각종 인프라 건설 사업에 대한 수요도 많은데다 인구도 9000만명이 넘는 만큼 제약과 할랄식품시장 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치적 안정기 접어든 이집트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집트는 역설적으로 강력한 군부정권에서 파생되는 안정성을 느끼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 같은 장점을 당분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석 KOTRA 조사실장은 “최근 무디스에서 진단한 이집트의 국가신용등급은 B3”라며 “경제성장률도 4.1%로 높고 정치적 불안정 요소도 제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이집트는 최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권태균 율촌 고문은 “알시시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행정 수도와 교통 인프라 건설 등 50여개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집트=건설’ 공식 깨야

전문가들은 ‘이집트=건설’이라는 공식을 깨고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3년부터 이집트를 11차례 다녀온 강웅식 한·이집트 친선협회장은 “사막이 95%인 이집트는 담수화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전력이 부족해 원자력 사업 등에도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시시 대통령은 이집트에 ‘한국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를 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서 실장은 “중국과 경쟁이 안 되는 한국의 섬유기업들이 이집트로 옮겨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원자재 공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싼값에 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이집트에 조성하는 걸 정부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협회장은 “이집트 노동자 임금은 월 150달러 수준”이라며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서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마당에 이집트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고문은 “이집트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허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집트의 값싼 노동력, 유럽 접근성, 중동·아프리카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이점, 수에즈 운하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대(對)유럽 수출 국가에 이점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 송금 한도 늘려야”

이집트에서 다른 나라로 보내는 외환 송금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실장은 “이집트는 달러가 부족해 외환 송금액을 월 5만달러로 제한하고 있어 삼성 LG 등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한국으로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