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정부의 내수진작책 덕에 반짝 늘어났던 산업 생산이 연초 들어 다시 줄고 있다. 생산이 줄면 재고가 감소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꾸로다. 생산이 주는데도 공장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만 간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에 빠지면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탓이다. 재고가 쌓이니 가동을 멈춘 공장도 늘고 있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기 부양책으로는 역부족이며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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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쌓이고, 가동률은 하락

2일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1.1%포인트 떨어진 72.6%였다. 2009년 4월(72.4%)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1년 1월(82.6%)에 비하면 10%포인트 감소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 무역량이 감소하는 등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세계 곳곳에서 제조업 가동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70%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재고율지수(월말 재고지수를 월중 출하지수로 나눠 산출하는 지표)도 ‘경고’ 수준이다. 1월 128.4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부터 줄곤 120을 웃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만큼 재고율지수가 치솟았다. 작년 8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대외적 충격이 발생하면 급격한 재고 조정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2015년 3분기 기준)를 제출한 275개 기업의 재고자산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업종의 재고자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조639억원 증가했다.

정보기술(IT)과 전기·전자 업종도 3조9830억원 늘었다. 재고율 상승은 수출 부진 탓이 크다. 1월 제조업의 수출 출하량은 전월보다 6.5% 감소했다. 2008년 12월(-7.6%)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1월 수출 물량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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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절벽 우려 현실로

급격한 내수 부진도 경기 하락의 요인이다. 소매판매는 1월 1.4% 줄었다. 전월에는 늘지도 줄지도 않다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7%)와 의복 등 준내구재(0.7%)는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일시적인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승용차 판매 감소 효과를 제외하면 1월 소비는 2.7%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판매 감소 효과를 빼면 소비는 4.1%포인트, 광공업생산은 3.6%포인트, 설비투자는 4.8%포인트 추가로 증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소비절벽’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달 4일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고 올 1월 판매분부터 소급적용해 관련 세금을 환급해주고 있다. 윤 과장는 “2월에는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에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는 물론 생산 투자 등 실물지표가 기조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쉽게 되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서비스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경제 심리’를 확 바꾸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