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삼성 파격제안 거절한 '이놈들'…귓속말로 웨어러블 시장 유혹
[ 최유리 기자 ] '삼성맨' 배지를 떼고 '이놈들'이란 수식어를 택했다. 안정적인 직장도, 높은 연봉도 그를 붙잡진 못했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재입사 문을 열어두겠다는 파격 제안은 가족에게 창업을 설득하는 수단이 됐을 뿐이다. 삼성전자 DMC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한 최현철 대표(사진) 얘기다.

믿는 구석은 손끝에 있었다. 손끝으로 음성을 전달하는 기술로 웨어러블 시장 접수에 나섰다. 음성 다음은 데이터다. 손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 25일 이놈들연구소가 위치한 디캠프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 손끝으로 소리 듣는 '팁톡' 개발…C랩 첫 스핀오프 도전

아이디어는 불현듯 찾아왔다. 친한 선후배들과 가졌던 술자리 대화가 발단이 됐다. 한 선배가 구입한 스마트워치를 자랑한다며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스마트워치 스피커로 흘러나오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귓속말로 전할법한 연인 사이의 대화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귓속말처럼 통화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는 동료들과의 의기투합으로 힘을 얻었다. 입사동기를 모아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 '씨랩(C-Lab)'에 참여하면서다. 현업에서 손을 떼고 1년 간 매달린 결과물은 '팁톡'. 시곗줄처럼 손목에 차면 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해주는 모바일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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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톡을 손목에 차면 특수한 진동이 생겨 손끝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 손끝으로 귀를 막으면 진동이 소리로 바뀌죠. 동굴에서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리듯 귀를 막을 때 생기는 작은 공간에서 진동이 증폭되는 원리입니다. 스마트워치뿐 아니라 일반 시계에 줄만 바꾸면 손끝 통화가 가능해요."

임직원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통화가 새어나갈 우려를 없앴을 뿐 아니라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통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최 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C랩에서 회사를 떠나 독립하는 첫 '스핀오프' 기업이 되기로 한 것.

"이놈들연구소 같은 테크 기반 스타트업은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갑니다.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기반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는 2개월 안에도 구현이 가능하지만 기술 기반 제품은 개발에만 1년 이상이 걸려요. 개발 후에도 양산에 많은 비용이 들죠. 이놈들연구소는 운이 좋게 C랩에서 인큐베이션(창업 보육 과정)을 거친 셈입니다."

◆ 음성 너머 데이터 전송…IoT 시장이 다음 무대

이놈들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무대에 대뷔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 시제품을 들고 참여하면서다. 반응은 기대보다 뜨거웠다. 당장 주문이 가능하냐고 물어오는 바이어들도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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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국내보다 미국이나 중국이 훨씬 큽니다. 낯선 기술에 대해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한국인과 달리 해외에선 바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중국에서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죠."

실탄을 장착한 이놈들연구소는 올해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10만원대로 구매 장벽을 낮춰 일반 소비자들에게 팁톡을 알릴 생각이다. 팁톡이 시곗줄 형태인 만큼 다양한 패션도 입힐 계획이다.

팁톡 이후의 그림도 이미 그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기기를 만지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현실화시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손끝에서 나오는 신호는 골밀도나 근육에 따라 저마다 다릅니다. 지문이 1차 암호라면 손의 터치는 2차 암호인 셈이죠.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차 문이 열리거나 기기를 작동시키는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사명의 본래 뜻인 '이노베이션 메들리 랩'(Innovation Medley Lab)처럼 혁신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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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