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오남호수공원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벤츠 GLE 63 AMG. (사진=김정훈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호수공원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벤츠 GLE 63 AMG. (사진=김정훈 기자)
[ 김정훈 기자 ] 엔진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는 순간 운전석 뒤쪽에서 '그르렁' 거리는 배기음이 터져나온다. 도로에서 가속했다가 브레이크 밟기를 반복할 때마다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소리가 강하게 진동한다. 배기구가 4개 달린 '듀얼 트윈' 머플러의 폭발하는 사운드는 짜릿했다. 누구나 이 차를 운전하면 레이싱선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LE 63 AMG 4매틱'. AMG 뱃지만 봐도 이 차의 성격은 알 수 있다. 속도를 즐기는 '달리는 차'라는 뜻이다. 달리기 솜씨만큼은 그 누구도 안부러운 놈이다. 무조건 빠르고 강하게 달리는 게 매력있는 차다. 그래서 연비 따윈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2월 중순경 인천 남동공단과 광명 이케아 매장, 남양주 오남호수공원 등 약 250㎞ 주행거리를 달리면서 벤츠 AMG 차량의 매력을 체험했다. 덩치는 대형 SUV인데 도로 위 날렵한 움직임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계기판만 봐도 달랐다. 최고 시속은 320㎞까지 표시돼 있다.

페달을 힘껏 밟으면 운전자 몸이 뒤로 확 젖혀지면서 차는 앞으로 손살같이 튀어 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시속 100㎞를 넘나드는 가속감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터보차저를 응용한 5.5L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은 최대 550마력에 달하는 출력과 71.4㎏·m 토크 힘을 받쳐준다. 터보차저는 엔진의 배기가스를 이용해 압축기와 연결돼 있는 터빈을 돌리고 압축공기를 뿜어 엔진의 출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여러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주행모드를 조작할 수 있는 실내 장치.
여러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주행모드를 조작할 수 있는 실내 장치.
GLE 63 AMG는 자동 버튼 조작만으로 트렁크 도어를 열고 닫을 수 있어 편리했다.
GLE 63 AMG는 자동 버튼 조작만으로 트렁크 도어를 열고 닫을 수 있어 편리했다.
초기 주행모드는 컴포트인데 이후 도로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에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꿔봤다. 엔진회전수가 치솟고 배기음은 더욱 폭발한다. 좀더 역동적인 운전을 원할 경우 운전대 뒤에 부착된 패들시프트 조작으로 드라이빙의 재미를 높일 수도 있다.

벤츠의 고성능 사업부인 AMG 브랜드는 올 초 국내에 GLE 63 4매틱을 내놨다. GLE는 1997년 첫 등장한 M클래스의 후속(부분변경) 모델로 AMG 차량은 GLE 라인업 중 최고급형에 속한다. 고급차 벤츠의 고가 차량인 만큼 주행 중 다양한 편의사양을 즐길 수 있었다. 중앙 차선을 넘어가니 핸들이 진동하고 옆 차선에서 차량이 다가오면 경보음을 냈다. 주차할 땐 360도 어라운드뷰 보조장치가 작동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조작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아쉬웠다. 인천 연수 쪽에서 서울로 목적지를 입력했는데 차는 엉뚱한 영종도 방향의 인천대교로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 터치 방식이 아닌 조그 다이얼로 한글을 입력하거나 목적지를 검색해야 돼 다소 번거로웠다. 다음에 풀 체인지 모델이 나올 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가격은 1억5000만원.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호수공원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벤츠 GLE 63 AMG. (사진=김정훈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호수공원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벤츠 GLE 63 AMG. (사진=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