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1973년 밴드의 전성시절에 5인조로 활동하던 제네시스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토니 뱅크스(건반), 필 콜린스(드럼), 마이크 루더포드(베이스), 스티브 해킷(기타), 피터 가브리엘(보컬, 플루트). (사진=롤링스톤 화면 캡처)
1973년 밴드의 전성시절에 5인조로 활동하던 제네시스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토니 뱅크스(건반), 필 콜린스(드럼), 마이크 루더포드(베이스), 스티브 해킷(기타), 피터 가브리엘(보컬, 플루트). (사진=롤링스톤 화면 캡처)
[ 김정훈 기자 ] 언제부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로 '제네시스'를 치면 검색이 잘 되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관련 콘텐츠만 잔뜩 올라옵니다. '원조' 제네시스가 사라졌지요.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요? 바로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제네시스 얘기입니다. 원래 제네시스는 성경에 나오는 '창세기(구약성서의 첫권)'를 뜻하지요.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하고 제네시스 세단(EQ900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록밴드 제네시스는 자동차 제네시스에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지금은 '제네시스, 피터 가브리엘' 또는 '제네시스, 필 콜린스'를 함께 입력해야 검색이 되곤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지요.

사실 현대차가 2008년 제네시스를 출시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제네시스'라는 이름은 록음악을 상징하는 단어였지요. 기자 주변엔 제네시스 열혈 팬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제네시스는 자동차가 아닌 음악과 직결됩니다. 기자도 대학시절 용돈을 아껴 제네시스 음반을 사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네시스는 1970년대 록 황금기를 대표하던 밴드입니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예스, 퀸 등 유명 록그룹들과 자웅을 겨룰만큼 뛰어난 연주력을 보여준 팀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콜드플레이나 마룬5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지요.

1980년대 팝스타로 명성을 떨친 피터 가브리엘과 필 콜린스, 이들 두 명의 걸출한 뮤지션들도 제네시스 출신으로 유명하지요. 피터 가브리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스티븐 비코(Steven Biko)를 노래로써 추모한 의식 있는 가수였고, 필 콜린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의 주제가를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입니다.

제네시스는 피터 가브리엘이 1977년부터, 필 콜린스가 1981년부터 솔로 활동에 나서면서 활동이 뜸해졌고 해산을 맞습니다. 2007년 한시적으로 재결합 공연을 갖기도 했으나 지금은 록음악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팀으로 남아 버렸지요.

20세기 유명 음악가들의 업적을 기리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제네시스는 2010년 입성해 그들이 쌓아온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지난달 미국의 대중음악지 '롤링스톤'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재결합을 희망하는 밴드'를 뽑는 설문에선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여전히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록의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추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제네시스의 음악과 함께 젊음을 보낸 팬들은 지금도 먼지 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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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