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보는 것만으로 무게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있는 스마트 신발, 아이디어 하나로 10만달러 펀딩에 성공한 스마트폰용 현미경,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360도 촬영 카메라.’

한국의 100여개 벤처기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결합한 제품에 관람객은 부스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전시장과 인근 호텔에선 해외 바이어들과의 만남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간편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 코스터의 장인석 대표는 “계약을 위해 60여개 업체와 미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올림픽' MWC] 신발에 압력센서·폰으로 피부관리…기술력 뽐낸 'K벤처'
◆기술과 아이디어의 결합

스마트 신발 ‘아이오핏’을 선보인 솔티드벤처의 조형진 대표는 “이 신발을 신고 피트니스 운동과 골프 스윙을 하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압력센서가 밑창에 부착돼 있어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에 대한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초 단위로 받아볼 수 있다. 동영상으로 보고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MWC에 나왔지만 현장에서 16개 바이어와 미팅 일정을 잡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조 대표 등은 삼성전자를 다니다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아이디어를 고안해 지난해 8월 창업했다.

광학 지문인식 기술을 보유한 유니온커뮤니티가 개발한 ‘누루고(NURUGO) 마이크로’에도 관람객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렌즈처럼 생긴 제품을 스마트폰 카메라 부분에 끼우면 400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는 스마트 현미경이 된다. 이 회사 해외사업본부 유승면 과장은 “최근 이 제품 덕분에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10만달러를 펀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끼워 얼굴을 촬영하면 앱과 연결해 피부 상태와 처방을 알려주는 ‘누루고 더마’도 인기를 끌었다.

바램시스템은 손바닥 크기만 한 홈 카메라 로봇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작동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듯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작동하면서 외부에서 집안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서병조 대표는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제품”이라며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렌지와 협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기업, 벤처 해외 진출 지원

SK텔레콤도 이번 MWC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10여곳과 함께 나왔다.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의 김주윤 대표는 SK텔레콤 부스에 공동 전시관을 마련했다. 닷은 손목시계 윗면에 내장된 작은 핀 30개가 점자를 표현해 각종 정보를 전달한다. 김 대표는 “2014년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투자 유치와 기술 자문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과 자율주행차에 점자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기술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

음악을 합성할 수 있는 디제잉 기기를 들고 나온 JD사운드도 SK텔레콤의 벤처육성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이 회사 김주훈 이사는 “반도체 설계 기술자들이 모여 음악기기를 만드는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며 “미국에서 먼저 승부를 내고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고속 무선전송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와이젯도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부스를 꾸렸다. 안성남 와이젯 이사는 “대기업으로부터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고 기술 컨설팅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며 “다음주엔 세계 유명 정보기술(IT) 기업과도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김용준/정지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