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알레르기 비염 환자…자살충동 2배 더 느껴
알레르기 비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자살 충동을 두 배 정도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수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팀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2011~2012년)를 토대로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유무와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알레르기 분야 학술지(AAIR:Allergy, Asthma&Immunology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13%(1만1154명 중 1467명)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은 높았다. 20대는 22%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어 70세 이상 4%보다 5배 이상 환자가 많았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환자도 20대에 가장 많았다.

김 교수팀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 환자(1467명)를 간헐성 경증, 간헐성 중증, 지속성 경증, 지속성 중증 등 네 그룹으로 분류해 우울감, 자살충동, 불안감을 분석했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할수록 정신건강 상태는 나빴다.

증세가 가장 심한 지속성 중증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우울감은 1.7배, 자살충동은 1.8배, 불안감은 2.4배 높게 나타났다. 정신건강과 관련해 자문한 경험도 2.4배나 많았다.

김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알레르기 비염이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 등 환자의 감정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비염과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는 국내에서만 확인된 것이 아니다. 대만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일종인 고초열에 걸리면 노후에 심각한 우울증, 조울증 등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자살한 사람 중 알레르기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비교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고초열 등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의 자살 확률은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보다 30% 더 높았다. 알레르기 질환이 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정신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