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 과학자들 만남의 장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 강연
“조그만 플라스크 안에서 찾은 새로운 화학반응이 세상을 바꾸는 물질을 탄생시켜 거대한 공장을 움직이게 합니다. 과학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실 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죠.”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23회 자연과학 공개강연’에서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사진)는 ‘과학자의 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의 목소리에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소년 1500여명의 눈이 반짝였다.

자연과학 공개강연은 20년 넘게 이어져온 서울대 자연과학대의 대표적인 ‘지식 나눔 활동’이다. 지난해부터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기초과학의 대중화’를 모토로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 ‘KAOS(카오스)재단’과 공동으로 열고 있다. 이날 공개강연은 ‘과학자의 꿈과 도전, 무질서에서 질서로’라는 주제로 서울대와 KAIST 교수 네 명의 강연과 과학 연극, 교수·학생 간 대담 등으로 진행됐다.

강연 내용은 이동환 교수의 ‘분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적 설명’, 이성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마그마의 무질서한 구조’ 등 자연현상에 관한 주제에서부터 ‘통계학이 밝혀주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빅데이터가 설명해주는 세상’(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까지 다양했다.

이날 강연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힘들어도 꿈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성근 교수는 “공부하면서 자기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며 “어린 시절의 꿈을 유지하고 실현해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하웅 교수는 “포털에 ‘꿈’을 검색하면 ‘꿈 해몽’ 같은 것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언젠가 ‘꿈’을 검색했을 때 과학과 도전이 연관검색어로 나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힘줘 말했다.

각 대학의 명강사로 알려진 4명의 교수 강연에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김승한 군(19·대구과학고 3년)은 “강연 내용이 유익했고 세계적 학자들을 눈앞에서 보고 그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며 “나도 그런 열정을 품고 공부해 언젠가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교수·대학원생·대학생의 대담을 통해 과학도의 삶을 미리 엿볼 수 있어 구체적인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성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자연과학은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공학의 기초”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테슬라모터스 CEO)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청중이 오늘 강연한 과학자들의 꿈과 열정을 공유하고 강연장을 나설 때 세상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을 가지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언젠가 ‘진화론’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을 배출한 영국의 한 연구소가 다윈의 초상화를 서울대에 기증했다”며 “그 사진을 총장실에 걸어놓고 매일 아침 제2의 다윈을 키워낼 수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