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화가치] "급격한 원화 약세도 원치않아"…미국 환율조작국 제재 우려 차단
정부와 한국은행의 19일 외환시장 구두개입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제재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조작국을 제재하는 미국의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BHC) 수정법안’ 발효를 앞두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려는 외환당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방어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4년5개월 만이다. 공교롭게 이 같은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한 구두개입은 환율조작국 우려가 커진 시점에서 단행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은 미국 BHC 법안에선 환율조작국 조건을 세 가지로 정하고 있다. 대미(對美) 무역 흑자가 많고, 경상수지 흑자액이 과도하며, 환율 정책이 지속적으로 한 방향에 쏠려 있는 국가를 조작국으로 정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자국 무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감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조작국 기준보다도 지정 요건이 까다롭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구두개입은 한국의 환율 정책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급변동하면 이를 방어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차원”이라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날 구두개입만 보더라도 한국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엔 외환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재무부 관계자에게 환율조작국 의혹을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롭게 차관보로 부임해 미국 정부 파트너들과의 인사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