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졌던 국내 태양광 기업들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적자 기업들은 속속 흑자로 돌아섰다.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수년 동안 불황을 견뎌내면서 원가를 끊임없이 낮추고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등 ‘기초체력’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던 제품 가격이 올해 본격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파 뚫은' 태양광업체, 줄줄이 흑자전환
◆태양광 매출 증가

신성솔라에너지와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각각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업체 신성솔라에너지의 작년 영업이익은 76억원이었다. 매출은 1705억원, 영업이익률은 약 4.5%였다. 이 회사가 영업 흑자를 거둔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태양광 잉곳 제조가 주력사업인 웅진에너지도 지난해 4년 만에 처음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이익 규모는 5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았지만 2014년 영업손실 131억원과 비교하면 개선폭이 컸다. 매출은 1643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태양광 추적장치를 만드는 파루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작년 영업이익이 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급증했다. 매출도 1266억원을 기록, 두 배 이상 늘었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을 하는 에스에너지 매출은 3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기업들도 큰 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이 회사의 태양광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1000억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전년도 태양광부문 영업이익 86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태양광 매출도 3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원가혁신·안정적 거래처 확보

이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태양광 업황의 지표가 되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작년에도 계속 떨어졌다. 작년 1월 월평균 19.1달러 수준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12월 13.35달러로 30%가량 하락했다.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의 제품 가격도 함께 떨어졌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이에 적극 대응하며 제조원가를 낮추는 ‘원가 혁신’ 작업을 지속해왔다.

신광수 웅진에너지 사장은 “낭비되는 소모품을 줄이고 불량 발생은 최소화하는 등 지난 3년여간 뼈를 깎는 원가 절감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제조원가가 작년부터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내려가 이익이 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정적 거래처를 확보한 것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미국 선에디슨과 내년 말까지 태양전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선에디슨 주문량이 많아지자 작년엔 증설까지 했다. 연간 350㎿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 규모를 420㎿로 늘렸다. 신성솔라에너지의 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1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신 사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과 중국에 수출할 태양광 잉곳은 약 4000t으로 작년 매출 규모에 맞먹는 1500억원어치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반기 제품가격 반등 예상”

올해는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주요 태양광업체들은 내부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작년 말 태양광 발전에 주는 보조금의 일몰 시한을 5년 더 늘려 2022년까지 연장한 것도 국내 기업들에 호재다.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주문이 더 늘 것으로 기대돼서다. 이 경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물고 있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보다 한국 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