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포스텍 명예수료증서를 받는 故장세민씨, 아버지 장병강씨, 형의 뒤를 이어 포스텍에 입학한 동생 장세윤씨. / 포스텍 제공
(오른쪽부터) 포스텍 명예수료증서를 받는 故장세민씨, 아버지 장병강씨, 형의 뒤를 이어 포스텍에 입학한 동생 장세윤씨. / 포스텍 제공
[ 김봉구 기자 ]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포스텍(포항공대) 학생이 오는 19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수료증서를 받는다.

사연의 주인공은 고(故) 장세민씨.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장씨는 창조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년이었다. 그러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진화론을 알게 됐고 생명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년은 종교와 과학을 결합해 ‘착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지난 2012년 포스텍 생명과학과에 입학했으나 그해 여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씨는 그렇게 과학자의 꿈을 채 피우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장씨의 지도교수였던 김경태 교수는 “학교에서의 생활은 짧았지만 학구적 열의와 성실함이 인상에 남는 제자였다. 사고가 없었다면 미래의 생명과학자로서 열심히 학업에 임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학교 측에 명예수료증서를 청원해왔다.

입학 4년만인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수료증을 받는 이유가 있다. 장씨의 아버지 장병강씨의 바람 때문이다. 장병강씨는 “아들과 친하게 지냈고 아들을 그리워하는 12학번 학생들이 졸업하는 해에 같이 (수료증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못다 이룬 형의 꿈은 동생이 이어받았다. 고인의 동생 장세윤씨는 지난해 포스텍에 입학하며 화제가 됐다. 동생은 하늘나라로 떠난 형을 롤모델로 삼았다. 포스텍 합격 당시 형이 잠든 추모공원을 찾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장병강씨는 “최종 합격증을 품에 안고 형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던 작은 아들의 모습이 선하다. (작은 아들이) 포스텍 면접시험을 치르던 날, 형의 친구들이 형을 대신해 챙겨주고 돌봐주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들의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을 모두 ‘장세민 학생 장학기금’으로 희사한 데 이어 두 아들의 친구와 선후배를 위해서도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장병강씨는 “아들의 후배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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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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