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누리과정 논란, 결국 문제는 돈이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논란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시·도교육청 잘못이라고 하고, 교육청은 정부 책임이라고 맞선다. 수개월째 극한대립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확대재생산 됐다. 문제는 풀리지 않고 책임 공방만 거세진 꼴이다.

정부와 교육감들의 말이 부딪히고 여야 얘기가 엇갈린다. 길거리 현수막 정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새누리당이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라고 따져 묻자 정의당은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누리과정 예산 안 줬다 전해라~’라고 맞받았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은 더 혼란스럽다. 예상컨대 이 혼선은 4·13 총선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입장차의 거리를 유지하며 지루한 논란을 반복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대중의 피로증을 유발할 뿐이다. 쟁점을 간명하게 압축해 빨리 문제를 푸는 게 제대로 된 정치다. 가치 논쟁보다는 민생 현안에 가까운 이런 사안일수록 더 그렇다.

그동안 여러 언론이 누리과정 논란을 다루면서 되레 쟁점이 복잡다단해진 느낌이다. 반대로 접근할 때다. 여러 가지로 뻗어나간 양측 입장차를 쳐내고 사안을 단순화해 보자.

핵심은 돈이다. 재원이 부족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1월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1월5일 긴급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의 발언은 결국 “돈을 줄 수 없다”는 얘기의 변주다. 교육감들의 목소리도 “정부가 돈을 줘야 한다”는 항의로 수렴된다.
이달 4일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하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 책임"이라며 국고지원을 요구했다. / 경기교육청 제공
이달 4일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하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 책임"이라며 국고지원을 요구했다. / 경기교육청 제공
그렇다면 갈등의 핵심은 이 지점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왜 모자라는가. 양쪽의 ‘견해’를 걷어내고 ‘확인’된 사실을 짚어보자.

누리과정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이다. 정부는 교육청이 이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논란이 반복되자 정부는 지난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의무지출 경비로 못 박았다.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반면 교육감들은 전제가 잘못 됐다고 본다. 누리과정은 교부금 증가세를 근거로 설계·도입됐다. 그런데 이 세수 추계가 빗나갔다. 정부는 교부금을 2015년 기준 49조4000억원으로 추계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10조원이 적었다. “누리과정은 대통령 약속”이라며 맞불을 놓은 것은, 이 재정 부족분을 교육청에 떠넘기지 말라는 의미다.

책임 소재가 보다 명확해진다. 재원을 잘못 예측해 실제로는 부족하게 책정한 정부,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자 편성을 거부한 교육청. 이렇게 정리된다.

이에 대해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부금이 예상치만큼 확보 안 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잘못 설계한 부분을 교육청이 책임지기는 어렵다”면서 “실은 어린이집 예산에 해당되는 2조1000억원이 누리 예산 갈등의 골자다. 국가 차원에서 이 정도 재원이 없어 지금 같은 논란을 빚는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약’에 대한 결이 다른 해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는 “교육감 공약 사업엔 재원을 투입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에는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다. 교육감들은 “대통령이 ‘만 5세까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던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공약은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가. 공약과 공약이 맞부딪칠 때 누구의 공약이 먼저 지켜져야 하는가. 공약보다 시급한 사안이 있다면 거기에 재원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가. 유권자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누리과정 논란이 4·13 총선에 던지는 근본적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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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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