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미 씨의 ‘바람이 분다’
문선미 씨의 ‘바람이 분다’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뭔가 ‘힐링(healing)’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유한한 삶에서 늘 무한의 자유를 꿈꾸잖아요. 옛 산수화를 바탕에 깔고 자동차나 헬리콥터 등 다양한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 넣어 이탈을 꿈꾸는 현대인의 내면을 파고들었습니다.”(남재현)

현대인의 욕망을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온 한국화가 남재현 씨(36)에게 그림은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샹그릴라(이상향)’ 같은 것이다.

남씨를 비롯해 문선미, 이영지, 문호, 오상열, 이상원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젊은 현대미술가 6명이 내달 8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2016 예감’전을 연다.

‘여섯 개의 시선’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한국적인 미감을 서로 다른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 100여점이 출품됐다. 참여 작가들은 한국화와 서양화에 뿌리를 두고 뜨거운 실험정신을 펼쳐 보이지만 작업에선 각기 다른 조형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젊은 작가의 다양한 미학적 프리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문호 씨(38)는 도심 속 야외 공간이나 해수욕장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차지게 묘사한 신작 10여점을 걸었다. 작가는 미국을 여행하며 찍은 여러 장의 풍경 이미지를 유화 작업으로 재구성해 일상의 흔적을 추적한다.

문선미 씨(47)는 뚱뚱한 여성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낸 10여점을 내놓았다. 고목 뒤에 숨어 키스하는 여인, 화장하는 여자 등의 눈빛과 몸짓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쾌한지 보여준다.

오상열 씨(38)는 분주한 군중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고, 한국화가 이영지 씨(42)는 여러 장을 배접한 장지에 붓질로 바탕색을 만들고 나무의 잎사귀와 꽃, 열매를 두툼한 질감으로 표현했다. 이상원 씨(38)는 TV 뉴스나 게임에 등장하는 비행기와 낙하산 같은 이미지를 차용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끌어냈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2004년부터 매년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해 이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데, 작품마다 개성이 도드라지면서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