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등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뿐만 아니라 지수형 공모 주가연계펀드(ELF)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러 개의 ELS를 묶어 만든 ELF는 손실구간(녹인·knock in)에 진입한 ELS가 늘어날수록 손실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폭락장 운명 함께한 E형제…ELS이어 ELF도 1조 손실 진입
◆‘울상’ 짓는 개인투자자들

14일 펀드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한 지수 공모형 ELF 규모는 최소 8620억원(지난 11일 기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모 ELF 설정액(2조9749억원)의 28.98%다. 전체 361개 공모 ELF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25.73%로 추락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모 ELF(설정액 12조544억원)를 합하면 최소 1조~1조5000억원어치 이상이 ‘녹인’ 지점 이하로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모형 ELF는 4종 이상의 ELS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 구조는 ELS와 비슷하다. 펀드에 담은 ELS가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대부분 판매 시점 대비 4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리금과 이자(연 6~8% 내외)를 받을 수 있다. ELS가 조기 상환되면 ELF도 청산된다.

ELF는 낮은 수수료(보통 1% 이하)와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개인투자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공모 ELF 설정액은 2013년 말 1조8788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조9749억원으로 63.16% 늘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ELF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한BNPP프리미어-4’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49.58%(지난 11일 기준)로 공모 ELF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9.17% 하락했다.

◆수시 환매 가능 ELF도 추락

ELF는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원금의 60% 이하를 기록하면 만기 때 많이 떨어진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이 상품에 포함된 홍콩H지수는 설정 기준일인 지난해 4월27일(14, 741.20)보다 48.05% 하락한 7657.92(지난 11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홍콩H지수가 지금 수준에 머무른 채 만기(3년)가 다가온다면 투자자는 원금의 51.95%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부서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지수 중 하나는 반드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신호”라며 “도중에 환매하려면 ELF 만기와 ELS 기초자산의 전망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환매할 경우 현시점의 펀드 수익률에 따라 원금이 결정되고 추가로 5~7% 내외인 환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일반 주식형펀드처럼 수시 가입, 환매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ELF의 수익률도 부진하다. ‘삼성ELS인덱스’ 펀드는 설정 이후 수익률이 -22.10%(지난 12일 기준)다.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 펀드도 -19.88%에 그쳤다. 이 펀드는 개별 ELS의 하루 평균가격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그 영향이 수익률에 즉각 반영된다.

■ ELF(주가연계펀드)

equity linked fund. 증권사가 운용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4종 이상 묶어 운용하는 펀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등을 기초로 한 ELS를 담은 지수형 ELF와 상장 주식을 담은 종목형 ELF로 나뉜다.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리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수익구조는 ELS와 거의 차이가 없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